[파워 인터뷰]‘뽀로로 아빠’ 김일호 오콘 대표 "성공 위해선 과감한 포기도 필요하죠"

입력 2013-01-1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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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호 오콘 대표이사가 이달 8일 오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myfixer@)
전기도 안통하는 시골에 살던 한 소년이 초등학교 2학년 무렵 누나의 손을 잡고 서울로 왔다. 서울 학교에 전학온 첫 날 소년은 신기한 광경을 목격한다. 초등학교 연못에 물고기들이 헤엄쳐 다니는 것을 본 것이다. 소년에게 물고기는 관상용이 아니라 잡아야하는 놀이감이었다. 아이는 주저없이 그물을 가져와 물고기를 모두 잡았다. 이 사건으로 선생님한테 크게 혼났지만 소년은 왜 야단을 맞아야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저 ‘물고기를 너무 잘 잡아서 화가 나셨나’라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누구보다 순수한 동심을 가졌던 주인공은 바로 아이들의 우상 만화 캐릭터 ‘뽀로로’를 제작한 김일호 오콘 대표다. 디자인 크리에이터로, 회사의 경영인으로 이성과 감성 모두 요구하는 위치에 있지만 아이들을 위한 순수한 마음은 연못 속 물고기를 잡던 그 시절 그대로다. 김일호 대표를 지난 8일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회사 사무실에서 만났다.

◇손에 쥔걸 놔야 변화가 시작된다= ‘포기’. 배추 셀 때나 사용해야 한다는 우스겟 소리가 있을 만큼 부정적 의미를 담고 있는 단어다. 그러나 김일호 대표는 포기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기회와 변화가 뒤따른다는 ‘포기론’을 강조한다. 나쁘고, 실패한 것을 놓기는 쉽지만 더욱더 좋은 것을 위해 꽤 괜찮은 것을 포기하기에는 어렵다는 것. 고통의 순간을 파도를 타듯 즐기면서 버티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뽀로로 아빠’라는 이름을 얻기까지 3번의 과감한 포기를 했다. 첫 번째는 고등학교 시절에 일어났다. 고등학교 2학년 당시 뒤늦게 깨달은 미술에 대한 관심으로 그동안 배웠던 이과 공부를 뒤로 한 것이다. 학창 시절 누구나 한 번쯤 할 수 있는 고민이지만 김 대표에겐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선택이었다. 두 번째 포기는 대학 졸업 후 입사한 LG전자 디자인연구소를 뛰쳐나와 창업을 한 것이었다. 남부럽지 않은 직장을 다니면서 ‘더 좋아하는’일을 하기 위해 ‘괜찮은’ 직장을 포기한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오콘 설립 이후 서비스, 컨설팅을 제공했던 클라이언트들과의 관계를 끊은 것이었다. 이후 수 차례의 실패를 겪으며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고통의 시간을 견디고 뽀로로를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다.

김 대표는 “‘아니다’라고 생각했을 때는 빨리 포기하는 편이다. 일단 손에 쥔걸 놔야 손이 비고 뭘 집을지 생각할 수 있다. 모든 변화의 시작은 포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김 대표의 마인드는 이달 24일 한·중 동시 개봉하는 극장판 ‘뽀로로 슈퍼썰매 대모험’에 그대로 반영됐다. 스토리 보드상 영화 상영시간은 두 시간이 넘었지만 어린 관객들의 몰입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을 고려해 77분으로 단축했다. 또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부분은 배제했다.

김 대표는 “한 오케스트라 단장이 ‘나는 단원들한테 무엇을 말해야하는지를 고민했었는데 깨닫고 보니 무엇을 말하지 않아야 되는지가 더 중요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에게는 무엇을 더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빼느냐가 더 중요하다. 사업가적인, 전문가적인 생각이 아니라 아이 입장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를 위해 빼는 작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아관객 맞춤용 영화 제작…韓·中 동시 개봉 = 3D 애니메이션 ‘뽀로로 슈퍼썰매 대모험’은 한국 애니메이션의 글로벌 브랜드로서 성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가 될 전망이다. 중국에서 개봉하는 뽀로로 극장판은 현지에서 6000~8000개 스크린을 확보했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쿵푸팬더2’가 개봉 당시 4000개 스크린에서 상영됐던 것보다 많은 수다. 김 대표는 중국 시장을 개척함과 동시에 베를린과 칸느 국제영화제에서도 세일즈를 실시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3년 동안 준비한 프로젝트다. 영화 포멧을 가지고 마켓에 접근하는 것이 처음인 만큼 설레고 긴장된다. 국내 기술도 향상되고 제작에 대한 노하우도 생겼지만, 에니메이션의 메이저 국가 또는 그 위상이 자리매김하기까지는 자체 기술로 창작된 작품이 글로벌 반열에 올라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아 관객들을 대상으로 한 영화인 만큼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어린 관객들을 기준으로 맞췄다. 러닝타임은 물론 시각이 다 발달되지 않은 아동관객들을 위해 3D영상 효과도 조절했다. 지난 1년간 에버랜드 극장에서 테스트한 기술을 그대로 영화 제작에 반영했다.

김 대표는 “아이들에게 적합한 3D 영상 포인트를 잡아내는 것이 중요한 작업이었다. 실제 고객을 대상으로 1년 동안 테스트 상영 실시했다. 이후 감도를 조절해 가면서 적절한 영상 기준을 찾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뽀로로 영화는 2년마다 개봉할 계획이며, 벌써 차기작 시나리오 작업이 시작됐다.

◇기다릴 줄 아는 문화…‘의식있는 기업’ 지향= 김일호 대표는 경영자인 동시에 크리에이터다. 뽀로로 캐릭터를 디자인할 당시 두 살난 아들을 보며 “정말 아이를 위한 것을 만들자”라는 마음가짐을 가졌던 작가이자, 기업을 이끌어가야하는 기업가다.

김 대표는 뽀로로가 방영된 후 아이를 둔 부모들을 보면서 ‘의식있는 기업’이 돼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그는 “‘한 뽀로로, 백 명 아빠 안부럽다’라는 편지를 받을 때마다 내가 하는 일에 진정성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그 사실을 뽀로로가 나에게 알려줬다”고 말했다.

아울러 아이디어로 창업 전선에 뛰어든, 혹은 뛰어들 계획이 있는 기업인들에게도 가치있는 기업을 지향하면서 포기를 할 줄 알아야한다고 당부했다.

김 대표는 “도전 이전에 포기를 해야 한다. 포기해서 단순화시켜야 무엇을 할 수 있다. 나를 붙잡고 있는 많은 상념들로부터 줄 긋고 포기를 하면 훨씬 더 자유롭게 상상하고 생각할 수 있다. 대부부의 사람들은 재수가 없어서 성공 못하는 것이 아니라 기회가 많아서 성공하지 못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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