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정부 근혜노믹스]2030 고학력 청년실업 해결… 사회 통합과도 직결

입력 2013-01-03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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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몰린 88만원 세대… 스펙 아닌 능력 평가 해야

박근혜 정부는 과반이 넘은 득표를 통해 당선됐지만 사회통합을 위해서는 20~30대로부터 저조한 지지를 이끌어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날로 심각해지는 ‘청년실업’ 문제는 새 정부의 사회통합 과업과 직결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청년실업 문제는 이명박 정부도 해결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결코 녹록한 사안이 아니다. 고학력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중소기업들과의 일자리 미스매칭, 대기업의 고용유동성 강화, 비정규직 문제 등 다양한 쟁점이 거미줄 처럼 얽혀있다. 여기에 ‘단군 이래 최대학력’이라는 고학력의 덫에 빠진 청년들은 무엇보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양극화로 인한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MB 정부 5년 청년 일자리 후퇴…‘88만원 세대’의 도래 = 이명박 대통령은 정부 출범과 함께 임기 내 300만개 일자리 창출과 청년실업 절반 축소를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하지만 청년 취업자 수는 8만명 감소했다. 청년실업률은 7.2%로 전체 실업률의 2배를 넘고 체감실업률은 20%를 웃돌고 있다. 15~29세 청년실업자는 취임 첫 해인 2008년 31만5000명으로 2007년보다 1만3000명 감소했지만 2009년 다시 34만7000명으로 증가했다.

실업과 저임금에 내몰린 청년들은 어느새 ‘88만원 세대’와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 등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사회 불안정이 커지면서 교사와 공무원 등 고용 보장이 높은 직업군이 인기를 얻으면서, 정보기술(IT) 벤처 1세대의 성공은 말 그대로 ‘신화’로 남게됐다.

청년 실업의 심각성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 7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12 고용전망’에 따르면 15∼24세 고용률은 올해 1분기 23.9%로 2008년 1분기 24.6%보다 더 나빠졌다. OECD 국가들 중 순위도 여전히 꼴지 수준으로 밑에서 7번째이다. OECD가 주 고용층으로 분류한 25∼54세 고용률도 한국은 아래에서 9번째 순위에 불과했다.

공공기관은 신규 정규직의 20%를 청년인턴 경험자로 선발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올해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공기업 인턴 채용 및 정규직 전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상반기 공공기관이 채용한 청년 인턴 1만1017명 가운데 정규직으로 전환된 이는 총 인턴의 4.4%에 불과한 490명이었다.

◇스펙으로부터의 자유, 경쟁 완화를 원하는 청년들 = 청년들은 무엇보다 불안한 앞날을 보장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목소리와 취업카페에 올라온 글을 종합해보면 이들은 대체로 과도한 경쟁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었으며, 자신의 스펙이 부족하다는 고민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모여자대학교에 재학 중인 오성은씨(23)는 “취업을 못해 괴로워하는 선배들의 모습에 불안감을 느낀다”며 “무엇보다 일자리를 늘릴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씨는 “새로운 정부에 대한 기대감은 있지만 크게 바뀔 것 같지는 않을 것”이라며 “결국 나 자신이 스스로 준비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올 여름에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한다는 김모씨(26) 역시 “서류에서만 몇 번을 떨어졌는지 모르겠다”면서 “내가 가진 스펙에 대해 불안감을 떨칠 수 없어서 토익 점수 올리기에 치중하고 있다. 스펙이 아닌 능력으로 평가받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른 아침 토익 학원 수업이 끝나면 학교 열람실에서 자습을 한 뒤 오후 늦게 취업카페에서 결성한 스터디에 참석하는 등 바쁜 일정을 보낸다. 그는 “내년에도 취업이 안 되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인숙(가명·29) 씨의 사연은 절절하다. 중국어를 전공했다는 그는 어려서부터 그려왔던 외교관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그동안 회사에서 일하며 벌어놓은 돈으로 외무고시를 준비하겠다며 고시촌을 찾은 것이다. 하지만 몇 년째 1차 시험에서 떨어지자 본인은 물론 가족들까지 실망과 불안감에 쫒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년동안 준비하던 시험을 접은 그는 다시 취업에 나섰다며 “시험을 포기하는 것도 두려웠지만 그 이후가 더 막막하다”고 털어놓았다.

취업카페에도 새해를 맞이하면서 새로운 희망과 다짐보다는 나이를 한 살 먹어 조급하고 불안하다는 글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모 포탈의 취업 관련 카페 게시판에는 “올해 계획한 일을 다 못 이루고 끝났다”며 “조급하고 불안한 삶을 어찌해야 할지. 이렇게 또 한 살을 먹고 새해를 맞이하게 됐다”는 글이 올라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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