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조선수출 1위인 한국이 지난해 중국에 추월당했다.
3일 국제무역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한국의 조선 수출은 335억달러(약 35조6000억원)를 기록했다. 같은기간 중국의 수출은 우리보다 1억달러 많은 336억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는 국내 조선사의 수출 증가율은 1999년 외환위기 이후 13년만에 마이너스로 추락했다. 1~10월 기준 수출은 전년 같은기간보다 28.2% 감소했다.
현재 조선업계의 글로벌 빅3는 한국과 중국·일본이다. 이들 3국의 조선 수주량이 전세계 점유율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반면 지난해 이들 국가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상선 발주가 감소하면서 타격을 입었다. 한국은 특히 피해가 컸다. 작년 국내 조선수출이 전년 동기보다 30%가량 내려앉은 반면 일본은 수출은 8.3% 줄었고, 중국은 5.9% 감소하는 데 그쳤다.
원인은 국내 조선산업이 경기침체가 극심한 유럽에 수출을 집중해왔기 때문이다. 작년 1~11월 국내 조선사의 유럽수출은 전체 조선업 수출의 29.6%를 차지했다. 반면 일본은 13.2%만 유럽에 의존했고 중국은 14.4% 수준이다. 유럽발 경제위기에 한국 조선산업이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이렇듯 한국이 주춤한 사이 중국 조선업이 빠르게 추격해왔다.
중국의 조선 수출은 작년 1~10월 336억달러를 기록, 한국을 1억달러 차이로 제치고 조선 수출 1위국가로 부상했다.
국제무역원은 아직 작년 연말(11~12월분) 조선 수출액이 집계되지 않았지만 중국이 사상 최초로 세계 1위에 올라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지금까지의 1위자리를 지켜온 한국의 조선산업이 미래를 장담할 수 없게됐다는게 조선업게의 중론이다.
수출액 이전에 수주 점유율에서도 한국은 수치가 떨어지는 사이, 중국은 점유율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9월 중국의 수주량 점유율은 전년보다 2.3% 포인트(32.4%→34.7%) 상승했다. 반면 한국 점유율은 오히려 5.1%포인트(41.4%→36.3%) 하락했다. 양국의 수주량 점유율이 1.6%포인트 차이로 좁혀진 것이다.
반면 올해 조선 수출이 지난해 최악의 부진에서 벗어나 기지개를 켤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국 조선업체들이 수출 주력 선종을 상선(商船)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드릴십 등 특수선과 해양플랜트로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수주 물량을 내년부터 선주에 인도하면 수출 부진에서 다소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제무역연구원은 “올해 수주량, 건조량, 수주잔량 등 조선 관련 지표가 크게 회복되지는 않겠지만 수출 증가율은 4% 내외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일부 관계자는 중국 조선 수출이 한국을 제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국내 조선사 관계자는 “12월에 국내 조선사들의 막바지 수주 경쟁이 치열했고 실제 수주기록도 예년에 뒤지지 않았다”며 “기업별로 최종 수출액이 집계되지 않아 상황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달러 대비 위안화 절상 속도가 원화 절상 속도보다 빠르다”며 “중국과 한국 조선산업이 경쟁 관계를 유지하되 한국이 우위에 서는 구도가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