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임현식을 향해 ‘조연의 최고봉’‘조연 본좌’‘조연의 지존’이라 칭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적어도 내 연기 인생에 3진 아웃은 없었다. 출연작에서 최소한 안타를 쳤으며 홈런도 날렸다. 연기란 극복하는 것이며 내게 라이벌은 없다. 언제, 어떤 역을 맡아도 망설임 없이 연기했다.” 조연의 최고봉인 임현식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임현식의 성공을 읽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모두가 선망하고 가려는 길 대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길을 찾아 일가를 이뤘다는 사실이다. “1981~1984년에 방송된 암행어사를 하면서 확실하게 알았어요. 이정길씨가 하는 주연 암행어사보다는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은 포교 갑봉이라는 걸요.”
임현식은 10년 동안 힘겨운 단역 연기자로 활동하면서 그 자신을 알았다. 자신의 성격과 외모는 수려한 미남형의 신성일 등이 맡는 이도령보다는 방자과라는 사실을 알고 조연 캐릭터에 매진했다.‘수사반장’에서 덜 떨어진 잡범역을 비롯해 한해도 거르지 않고 출연한 수많은 드라마에서 임현식표 조연 캐릭터를 만들어갔고, 그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시청자의 관심을 끌었다.
임현식표 조연 캐릭터는 ‘암행어사’의 갑봉이로 서서히 빛을 발했고 ‘한 지붕 세가족’의 순돌이 아빠로 대중의 폭발적 사랑을 받았다. 조연으로써 스타덤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이후 그 누구도 따를 수 없는 개성과 성격이 잘 드러난 임현식표 캐릭터들은 드라마의 대중성을 견인하거나 극적 재미를 배가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여명의 눈동자’‘모래시계’‘허준’‘대장금’ 등 50~60%라는 엄청난 시청률로 시청자의 뇌리에 강하게 남아 있는 드라마에 임현식이 어김없이 자리한 것만 봐도 그의 연기자적 존재 의미를 알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조연 캐릭터로 일가를 이루고 있는 임현식을 천부적인 연기자로 인식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여기서 임현식의 성공 비결 또 하나를 읽을 수 있다. “임현식 선배 대본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임 선배는 타고난 배우인지 알았는데 정말 노력파입니다. 대본을 봤더니 애드립(즉흥대사)부터 표정, 손동작까지 깨알 같은 글씨로 다 써놓았더라고요. 대본에 빈자리가 없어요”라는 동료 연기자 이희도의 말은 임현식의 연기자적 성공의 원동력인 코믹한 캐릭터에서부터 그의 가장 장기라고 여겨지는 애드립까지 치밀한 연구와 노력의 산물이라는 것을 증언해주고 있다.
임현식은 “화려한 스타는 아니지만 스타보다 더 사랑을 받는 조연이었다고 자부합니다. 스타는 순간이지만 저는 1969년 연기자로 데뷔한 이후 40여년 동안 한해도 거르지 않고 수많은 드라마에서 팬들과 함께했어요. 이만하면 연기자로서 성공한 삶이 아닌가요”라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1969년 데뷔한 이후 한해도 거르지 않고 활동 중단 없이 브라운관과 영화를 통해 시청자와 관객을 만나왔다. ‘성격 배우들이 전문가로서 지니는 명성, 경력, 기간, 수입의 지속성은 일시적인 스타의 그것을 앞지른다’는 영화 평론가 베리 킹 말의 단적인 사례가 바로 40여년 동안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조연 캐릭터를 창출해온 임현식이다.
‘암행어사’에서부터 ‘대장금’에 이르기까지 임현식과 수많은 작품을 했던 이병훈PD는 “‘성공은 능력과 상관없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의 것이다’라는 이 말이 진리임을 임현식씨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임현식씨는 자신의 열망을 노력으로 꽃 피운 사람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쉬지 않고 노력하는 사람은 아름답다. 내가 임현식씨를 좋아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임현식씨는 아름다운 성공을 이룬 사람이다”라고 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