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우재룡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 "인간관계가 노후행복을 좌우한다

입력 2012-11-2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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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4명에 이르는 성인 남녀의 삶을 70여 년간 추적 조사한 ‘하버드대학교 성인발달 연구’의 총책임자 조지 베일런트 교수는 “한 사람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나이 들어가는 것을 결정짓는 것은 지적인 뛰어남이나 계급이 아니라 사회적 인간관계”라고 강조했다. 원만한 사회적 인간관계는 건강한 노후를 보내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은퇴 이후야말로 사회적 관계가 더욱 중요해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자녀를 키우고 직장생활을 할 때는 다른 할 일이 많기 때문에 이웃과 친구의 중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지만, 일을 그만두게 되면 이들이 생활에 만족을 주는 중요한 원천이 된다. 친한 친구와 이웃은 은퇴 후 자아 개념을 재정립하는데 기준을 제공해주며, 가족 이외의 주요한 지지기반이 된다. 자신의 생각과 관심사를 함께 나눌 몇 명의 친구나 이웃이 있다면 은퇴로 인한 여러 가지 상실과 변화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부터 은퇴 준비의 일환으로 인간관계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친구나 이웃을 사귀는 일이 어려워지는 경향이 있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친구나 이웃은 중년기 이후부터 관계를 유지해온 사람들이다. 좋은 사회관계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그만큼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다양한 연령층과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좋다. 사는 곳이나 나이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나는 경우가 많은데, 심리적 안정감은 있지만 활발하고 긍정적인 자극이 적어서 나중에는 서로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

둘째, 배경을 따지기보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사람을 대해야 한다. 은퇴자들이 함께 모여 사는 실버타운에 가보면, 여성들은 대개 서로 잘 어울리며 즐겁게 지내지만 남성들은 외로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적지 않은 남성들이 학력과 배경, 출신 등을 따져가며 친구를 사귀기 때문이다.

셋째, 은퇴생활의 여러 가지 단계를 염두에 두고 인간관계를 유지해 나가야 한다. 은퇴생활은 일반적으로 활동기, 회고기, 간병기, 남편 사별 후 부인 홀로 생활기로 구분된다. 활동기에는 워낙 다양하게 취미생활과 경제활동을 하다 보니 인간관계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회고기와 간병기에 들어서면 인간관계가 소원해지므로, 이 시기에 친구가 지나치게 줄어들거나 사회와 교류관계가 끊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넷째, 인터넷이나 소셜 네트워크를 잘 활용한다면 새로운 모습의 사회교류가 가능하다. 미국의 경우 은퇴자들이 온라인 소셜 네트워크를 활용해 사회와 연결되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한다. 블로거 활동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인맥 연결 사이트, 온라인 동아리 활동 등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친구와 이웃이 나와 공감하고 교류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공감할 수 있는 삶은 행복한 은퇴생활의 핵심이다. 풍부한 인간관계가 곧 풍요로운 삶으로 연결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노력해야 한다. 하버드 대학 심리학 교수인 데이비드 웩슬러는 ‘관계의 심리학‘에서 중년 이후에 최악의 인간관계가 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가능성과 잠재력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시달리기보다는 기대를 낮춘 다음, 주위 사람들과 친밀감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면 최상의 시기가 될 수 있다고 처방한다. 은퇴준비에는 사회관계와 같은 비재무적인 준비가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을 이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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