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용자에게는 ‘그림의 떡’ 불과
올 상반기 미소금융의 대출 실적은 1323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0.3% 감소했다. 2008년 7월 출시된 이후 지난 10월 말 기준 8만3046명에게 7134억원을 지원했다. 올해 지원 목표는 3000억원이지만 10월말 현재 2271억원의 대출만이 시행됐다.
연체율 또한 가파르게 치솟아 위험 수위에 이르고 있다. 9월말 미소금융의 연체율은 5.2%로 1년 전의 두 배 수준을 기록했다. 서민대출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은행권의 가계대출 평균 연체율 0.92%에 비하면 건전성 측면에서 심히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미소금융은 창업과 운영자금을 무담보, 무보증으로 대출해주는데 신용등급 7등급 이하의 저소득·저신용층을 대상으로 한다. 미소금융재단에서 2~4.5% 금리로 대출하는 상품이다. 주로 자영업자에게 대출이 이뤄진다.
◇ 까다로운 대출 규정에 서민들 ‘미소실종’= 지난 2010년 1월부터 올 상반기까지 9~10등급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미소금융 대출누적액은 259억원으로 7~8등급 대출액(2647억원)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지난 2009년 미소금융 출범 당시부터 최근까지 줄기차게 강조해온 신용 낮은 7등급 이하 저소득·저신용층을 위한 대출상품이라는 정부의 대대적인 홍보가 무색할 정도다.
더 큰 문제는 미소금융 대출액의 절반이 차량담보대출에 이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5월말 기준으로 미소금융에서 대출받은 사업장의 49%(금액기준)가 ‘운송업’에 쏠려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대출액 4450억원 가운데 2180억원이 운송업에 몰려 있는 것이다.
이는 소형 트럭 등을 담보로 자금을 대출받는 것으로 무담보 소액대출이라는 미소금융의 애초 취지에서 벗어난다는 지적이다. 미소금융은 제도권 금융기관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저소득·저신용 계층의 소규모 창업을 도와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관리가 까다로운 신용대출보다는 떼일 염려가 적고 대상자(소형화물 차주) 발굴이 비교적 손쉬워 대출이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실적 위주로 운영하다 보니 기존 목적이 퇴색되고 있는 셈이다.
까다로운 대출 규정도 줄곧 문제가 제기됐다. 예컨대 창업자금 2000만원을 대출을 받으려면 자기자본 비율이 30%, 그 이상은 50%여야 한다. 저소득층에겐 이 같은 자기 자본비율은 높은 게 현실이다. 실제로 이미 장사를 하는 사람도 사업자금을 대출받으려면 사업자 등록 후 2년 이상 영업을 해야 하며, 신용등급이 7등급 이하라도 재산 대비 채무비율과 재산 규모에 막혀 지점을 방문했다가 돌아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재원 마련도 바닥 수준에 머물고 있다. 재원은 휴면예금을 비롯해 기업권, 은행권 등에서 받은 기부금이다. 금융회사는‘휴면예금관리재단의 설립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휴면예금과 보험금을 미소금융재단에 출연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10월 기준으로 은행의 휴면예금 출연 비율은 61%, 보험사의 휴면보험금 출연 비율은 46%에 불과했다. 휴면예금, 휴면보험금, 카드사 포인트 등 금융회사 고객들이 찾아가지 않아 금융회사 수익으로 처리한 규모가 지난 4년간 1조원이 넘지만 실제 출현 비율은 50% 내외에 불과했다. 또 올해 삼성, 현대기아차, SK, LG, 롯데 등 대기업들이 미소금융재단에 기부한 금액은 아직 전혀 없는 실정이다.
◇ 미소금융 신불자만 양성하나 = 미소금융의 질적 상황도 곪을 대로 곪은 상황이다. 미소금융 연체율은 2010년까지 1%대를 유지했지만 지난해 3%대로 올랐고, 올해도 지속적으로 상승해 5%대에 이르렀다.
9월 말 기준 미소금융 연체율은 5.2%로 지난해 대비 두 배 수준으로 껑충 뛰었다. 2008년 7월 출시된 미소금융은 지난해 1분기 2.7%, 3분기 4.4% 등으로 연체율이 계속 상승세를 타고 있다. 미소금융으로 사업자금을 지원을 받은 1만7753명 가운데 425명(2.4%)은 휴·폐업 상태다.
특히 지역지점은 연체율이 지난해 5~7%대였으나 올 들어서는 지난 5월 9.1%, 6월 8.9%, 7월 8.9% 등 9%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기업재단 연체율은 지역지점에 비해서는 낮지만 지난 7월 처음으로 4%를 넘어 4.1%를 기록했다. 은행재단 연체율도 꾸준히 상승해 7월말 4.7%까지 올랐다.
이처럼 미소금융 연체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것은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서민들의 상환 능력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처음부터 일자리 창출이나 소득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저소득·저신용층을 대상으로 한 미소금융과 햇살론은 서민들에게 빚만 지우는 결과를 낳을 것이란 지적이다. 또 미소금융은 기업과 은행 등이 자금을 출연하는 방식이어서 도덕적 해이를 부추길 것이란 우려도 컸다.
일각에선 정부가 자격요건을 완화하고 은행에 강제로 목표치를 할당하는 등 밀어붙이기 정책을 펼친 것이 오히려 연체율 상승을 부추기는 결과를 빚었다는 지적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금융전문가 등에 의한 컨설팅 강화와 성실상환자를 대상으로 금리 인하를 활용하는 등 성실한 상환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미소금융의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어 면밀한 관리·감독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서민금융의 취지를 살리면서도 부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