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도, 구본무 회장도… '스마트폰 사업의 엇갈린 고민'

입력 2012-11-02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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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영업이익 무려 70% 차지…LG전자, 경기불황 타지 않아 안정

▲이건희(왼쪽) 삼성전자 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같은 듯 다른 고민에 빠졌다. 바로 스마트폰이다.

이건희 회장은 스마트폰 사업 비중이 너무 높아 고민이고, 구본무 회장은 스마트폰 사업을 어떻게 하면 살릴까 고민이다.

두 회장의 고민이 깊어갈 수록 삼성과 LG그룹 내부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삐끗하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데…”= 이건희 회장이 스마트폰 고민에 빠진 이유는, 스마트폰 사업이 삼성전자의 효자이기도 하지만 역설적으로 ‘함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전세계 경기불황에도 불구하고 지난 3분기 영업이익 8조1200억원을 올린 배경에는 바로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가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휴대폰 사업으로만 5조6300억원의 수익을 냈다. 전체 영업이익 중 무려 70%다.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등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부품을 만드는 회사도 이익이 크게 늘었다. 이게 바로 함정이다. 스마트폰이 무너지면 그룹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언제까지 스마트폰 사업에서 승승장구할지도 알 수 없다. 아이폰 위기를 극복하고 갤럭시라는 메가 히트작을 만들었지만, 경쟁사들도 제품 경쟁력에서는 거의 따라왔다. 운영체제(OS)는 구글 안드로이드를 똑같이 사용하고, 하드웨어와 디자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스펙 면에서는 경쟁사 제품이 앞서는 경우도 있다.

최근 미국‘월스트리트저널’의 칼럼니스트 아론 백은‘삼성전자의 성공, 최악의 약점이 될 수도 있다’는 글을 올렸다. 갤럭시 시리즈의 성공이 인상적이지만, 삼성의 스마트폰 사업이 다양하지 않은 제품에 의존하고 있어 경쟁사에 모멘텀을 뺏긴다면 엄청난 충격이 될 수도 있다는 내용이다.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의 승승장구에 대한 견제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국내 경쟁사들을 다 죽이고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3분기 국내에서도 69%의 휴대폰 신규 판매 점유율을 차지했다. LG전자는 16%, 팬택이 11%, 애플은 2% 수준이다. 아이폰5 출시가 늦춰지면서 대기수요를 삼성전자가 대부분 흡수했다.

실제로 올해 국정감사에서 “삼성 휴대폰의 국내 독과점이 심각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정 기업의 영향력이 과도해지면 소비자의 선택폭이 줄고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 회장은 이번 주말쯤 일본에서 귀국한다. 스마트폰 사업의 함정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혁신 카드 꺼낼지 궁금하다.

◇“스마트폰이 살아나야 재도약하는데…”=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사람을 만날 때마다 휴대폰을 유심히 쳐다보는 습관이 있다. 어디를 가든지 사람들이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이 어느 회사 제품인지 살펴본다. 자다가도 스마트폰 얘기만 들리면 벌떡 일어날 정도다. 스마트폰에 목숨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 회장이 스마트폰 사업에 지대한 관심을 갖는 것은 휴대폰 명가를 재건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뿐 아니라, 그룹이 재도약하는 데 꼭 필요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구 회장은 지난달 31일부터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부품계열사 CEO를 만나고 있다. 한 달간 계열사 CEO들을 순차적으로 만나 올해 사업성과 및 내년도 사업전략을 논의하는 첫 단계로 부품업체를 선택한 것이다. 이는 스마트폰 사업을 부활시키겠다는 구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행보다.

지난 10월 회장님폰이라 불리는 ‘옵티머스G’를 출시한 LG전자는 내년에도 풀HD급 해상도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옵티머스G2를 선보이는 등 하이엔드 제품 진용을 강화하는 전략을 펼 계획이다. 부품 계열사의 역량 강화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구 회장이 스마트폰 사업에 올인하는 이유는 삼성전자와 애플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휴대폰 사업으로만 5조6300억원의 수익을 냈다. 전체 영업이익 중 무려 70%다. 애플도 올 3분기에 82억 달러(약 9조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TV, 생활가전, PC 등 대부분의 제품이 경기 불황을 타는 반면 스마트폰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스마트폰 사업 성과는 그룹의 다른 계열사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된다는 점에서 그룹 전체의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된다.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도 스마트폰만한 게 없다. 올해 삼성의 브랜드 가치 순위는 지난해에 비해 8계단 상승한 9위를 차지했고, 애플은 1위다.

LG 관계자는 “그룹이 다시 재도약하기 위해선 스마트폰 사업을 성공시키는 게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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