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푸어 부실화 심각…우리은행 작년말 대비 28.57% 급증

입력 2012-10-23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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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명확한 집계조차 없이 대책만 난무

하우스푸어(집값 하락으로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주택 보유자) 부실화가 심각해지면서 금융당국이 실태 파악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정확한 하우스푸어 개념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어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하우스푸어가 실제 빠르게 급증하면서 경제 뇌관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정부나 하우스푸어 당사자들은 문제의 심각성에 한 발 뺀 모습을 보이고 있다.

23일 우리은행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가 하우스푸어 구제대책으로 내놓은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신탁후 재임대) 대상자는 8월 말 기준으로 지난해 말 보다 200가구가 늘어난 900가구로 잠정집계했다. 연체액은 8월 말 현재 1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00억원 증가해 가구당 연체액은 평균 1억1000만원으로 조사됐다.

우리은행의 하우스푸어 기준은 우리은행에서만 집을 담보로 대출한 1가구 1주택자 중 1개월 이상 원리금을 연체한 가구 중 기한이익이 상실되지 않은 가구를 대상으로 한다. 중복으로 타은행권까지 확대하거나 기한이익을 상실한 가구까지 합칠 경우 그 규모는 더욱 커진다는 것이 우리은행 측의 설명이다.

애초 우리금융은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 대상자를 700가구로 생각했지만 실제 실태 파악을 하니 올해 28.57%나 급증해 하우스푸어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바로 보여줬다.

이처럼 문제가 심각하지만 금융당국이나 정치권, 개별은행들은 요란한 대책만 쏟아낼 뿐 하우스푸어의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해 제대로 된 집계조차 없는 형편이다.

금융당국이 하우스푸어로 분류하고 있는 것은 주택담보인정비율(LTV) 80%와 총부채상환비율(DTI) 40%를 초과하면서 연체 중인 가구로 약 4만5000가구가 이에 해당한다. 이는 우리나라 총 가구수 1795만 가구 중 0.25%에 해당하는 수치로 미미한 수준이다.

이 같은 통계치 때문인지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22일 “가계부채 문제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가계부채 증가 속도 자체는 차츰 둔화하고 있어 연착륙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며 현실과 동떨어진 말을 했다. 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인식 못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최근 KB경영연구소는 하우스푸어를 생활소득 중 원리금으로 낸 돈의 비중이 30% 이상이면서 가용자산보다 부채비율이 100%를 넘는 가구로 보고 주택담보대출자의 16.2%가 이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현대경제연구소는 가처분소득보다 원리금 비중이 40% 이상인 가구를 하우스푸어로 보고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10% 정도가 하우스푸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인식하고 있는 하우스푸어와 민간 경제연구소가 파악하고 있는 하우스푸어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최근 대통령선거 후보자들까지 나서 정확한 실태파악 없이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식 하우스푸어 대책을 내놓으면서 실제 하우스푸어들의 도덕적 해이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15일 신한은행이 내놓은 하우스푸어 대책인 ‘주택 힐링 프로그램’ 대상자 약 3만명 중 신청자는 57명뿐이다. 이 중 이자유예를 받은 사람은 단 한 명 뿐이어서 대선 정국을 맞아 하우스푸어들이 좀 더 버티기에 나서는 도덕적 해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먼저 하우스푸어의 명확한 개념을 정의하고 나서 정확한 실태 파악에 맞는 대책을 마련해야 경제 뇌관을 제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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