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vs. 라가르드 붙었다…짙어지는 통화전쟁 먹구름

입력 2012-10-15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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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자산버블 놓고 이견…중국 위안화 가치 19년래 최고치

선진국의 경기부양책에서 비롯된 글로벌 통화전쟁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 의장과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선진국의 막대한 유동성 공급이 신흥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놓고 정면 충돌했다고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일본 도쿄에서 IMF와 일본은행(BOJ)이 공동 개최한 세미나에 참석해 “미국의 (3차 양적완화 등)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신흥국들에게 부정적 입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정책은 미국 경제 회복에 힘을 실을 뿐만 아니라 미국 소비와 성장을 진작시켜 국제 경제를 돕는 효과도 있다”면서 “연준의 정책이 가진 유익한 효과가 적절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강변했다.

반면 라가르드 총재는 “선진국의 경기부양책은 대규모의 변동성이 큰 자금 흐름으로 이어져 신흥국의 경기를 과열시키고 자산버블과 금융 불균형 위험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라가르드 총재의 발언은 이번 IMF 연차총회에서 선진국의 무차별적인 금융완화로 막대한 자금이 금리가 높은 신흥시장으로 유입돼 글로벌 통화전쟁과 인플레이션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는 신흥국들의 비판한 것을 반영한 것이다.

앞서 기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지난 12일 “선진국들은 자국 경제 위기를 밖으로 수출해 해결해서는 안 된다”면서 “신흥국들은 부자 나라들의 정책이 야기한 대규모의 불안정한 자금 흐름을 앉아서 감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유럽의 경기부양책으로 단기 투기성 자금인 핫머니가 유입돼 자국의 통화 가치가 급등할 경우에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버냉키 의장은 이와 관련해 “선진국의 경기조절정책이 신흥국 경제에 비용을 전가시키는지 확실하지 않다”면서 “신흥국에 자본이 유입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들 국가의 경제가 선진국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여 더 높은 투자수익이 기대되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버냉키 의장은 “일부 신흥국에서 정책 결정자들이 수출 진작과 자국 경제 성장을 위해 조직적으로 통화 절상을 억제하는 선택을 해왔다”면서 “그러나 이는 통화정책의 독립성 저해와 수입물가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등 비용을 치를 수 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그는 특정 나라를 지칭하지는 않았으나 중국 등 신흥국이 통화 가치 상승을 용인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한편 중국의 위안화 가치는 경기둔화 우려에도 지난 12일 19년래 최고치를 기록해 연준의 3차 양적완화 후폭풍에 따른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상하이외환시장에서 12일 달러·위안 환율은 전날보다 0.16% 하락한 6.2672위안으로 마감했다.

장중 위안화 가치는 달러에 대해 6.2640위안으로 지난 1993년 이후 19년래 최고치 기록을 경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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