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서 공개대상인 정보는 공공기관이 작성 또는 취득해 관리하고 있는 문서 등 기록을 말한다. 이 정보는 원칙적으로 공개대상이다. 하지만 법인 등의 경영 영업상의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되면 현저하게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하게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비공개대상이다. 따라서 통신요금의 원가산정자료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동통신사로부터 받아 관리하는 정보로서 공개 대상이 된다. 문제는 이 정보 중 영업비밀 등에 해당하는 범위가 관건이다. 하급심은 이 사안에서 비공개대상 정보인 영업비밀범위에 관해 정보제공자의 취급과는 달리 그 범위를 상당히 좁게 해석하고, 영업상 비밀 정보를 제외한 정보에 대해 일부 공개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기업비밀의 판단기준과 관련해 미국의 정보자유화법과 판례법은 두 가지 기준을 제시한다. 정보가 의무적 공개정보이면 정부의 정보획득능력손상요건과 정보제공자의 경쟁 상의 손해요건인지를 따져 둘 다 해당하면 비공개한다. 그리고 자발적 제공정보이면 정보제공자가 달리 공개하지 않고 관습적으로 비공개해 온 것이라면 이를 비공개정보로 보고 있다. 이러한 판례에 대해 비판이 있지만,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가 크다. 즉 사법부가 영업 비밀에 해당하는지에 관해 정보제공자의 판단과 취급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개별기업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시장경제시스템으로 보인다. 물론 경제민주화에 따른 공익적인 가치가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다만 공공성의 강조로 정보제공자의 신뢰와 기대를 해치는 것은 될 수 있으면 자제해야 할 것이다. 특히 기업의 영업비밀이 가지는 정보가치의 미묘성은 당해 정보를 생산하는 기업만이 알 수 있는 특수성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런 미묘한 부분의 판단은 당해 정보를 생산하고 제공한 정보제공자의 판단이나 취급이 먼저 존중해야 한다.
이 같이 영업 비밀에 대한 판단에는 미국판례처럼 좀 더 정보제공자의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정보제공자가 이를 비밀로 취급해 온 것이라면 이를 최대한 존중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당해 영업비밀이 가지는 가치와 의미를 제3자적인 위치에 있는 법원이 해당 분야의 비전문가로서 사후적으로 이를 판단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단지 사법적 잣대로만 영업비밀해당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오류의 가능성이 나타날 수 있다. 만에 하나 영업비밀정보 공개 시 개별기업이 입을 수 있는 손해에 대한 예측 내지 산정이 불가능할 수가 있다. 어떤 경우는 회복 불가능할 정도의 손해도 가능할 것이다. 영업비밀 해당 여부는 법원이 경영판단의 법원칙에 따라 정보제공자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
따라서 개별기업이 제공한 영업비밀이나 이에 준하는 정보에 대한 공개에는 정보제공자의 처지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글로벌시대의 무한경쟁체제하에서 개별기업의 보호를 위해 개별기업의 자율적인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 따라서 개별기업이 영업비밀로 분류해 제공한 정보는 비공개가 최우선 원칙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지나친 공공성의 강조로 개별기업의 자율성을 제한하면 국내기업의 탈한국 등의 부작용으로 이어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