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거대투자은행 리먼 파산…세계 금융시장 '요동'
거대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가 2008년 9월 15일(현지 시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후유증으로 무너졌다.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파산사태로 자산규모만 무려 6390억달러(당시 환율로 한화 약 830조원)에 이르는 초대형 기업의 도산이었다.
1850년 리먼 3형제가 창립한 리먼브러더스는 대공황과 두 번의 세계 대전을 버텼지만 창사 158년만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문을 닫았다.
리먼의 파산은 ‘대마불사’라는 단어가 더 이상 금융시장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전후 최악의 금융위기는 이후 대형 보험사 AIG의 국유화, 메릴린치 매각 등으로 이어지면서 막대한 손실을 초래했다.
2007년 말 국내 증시 사상 처음으로 2000포인트 고지를 밟았던 코스피지수는 리먼 사태 후 한 달여 만에 장중 892.16까지 곤두박질쳤다.
리먼사태가 터진 지 4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코스피 지수와 원·달러 환율은 리먼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등 한국 경제는 눈에 띄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권은 많은 변화를 거치며 생존경쟁에 올인하고 있다.그러나 증권계는 유독 힘겨워하고 있다. 대·중소형 할 것 없이 거의 모든 증권사들의 입에서 “먹고 살기 힘들다”는 푸념이 쏟아지고 있다.
리먼사태 이후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이 바람에 구조조정은 몇년째 진행형이다.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42곳의 올해 상반기 말 전체 직원 수는 이미 작년 말에 비해 1.95% 감소했다.
투자자들의 투자성향에도 큰 변화를 몰고 왔다. 당시 펀드투자로 쓴맛을 톡톡히 본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도가 커지면서 주식형펀드는 쇠퇴 일로에 접어들고 있다.
국내 증권사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미국식 투자은행(IB)’도 어느 새 위험한 모델로 ‘전락’했다. 이 바람에 IB와 자기자본투자(PI)와 같은 고수익·고위험 사업부문이 대폭 축소됐다.
문제는 4년간 커진 덩치에 비해 위탁수수료에 의존하는 수익구조는 여전하다는 점이다. 겉은 멀쩡해도 속은 몹시 취약한 셈이다. 또는 이는 우리 투자금융업계가 리먼사태의 그 쓴맛을 보고서도 교훈을 제대로 찾지 못했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어쩌면 리먼사태는 지금도 진행형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