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사태 그 후 4년]국내 증권가 아직도 '리먼' 몸살

입력 2012-10-0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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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거대투자은행 리먼 파산…세계 금융시장 '요동'

거대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가 2008년 9월 15일(현지 시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후유증으로 무너졌다.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파산사태로 자산규모만 무려 6390억달러(당시 환율로 한화 약 830조원)에 이르는 초대형 기업의 도산이었다.

1850년 리먼 3형제가 창립한 리먼브러더스는 대공황과 두 번의 세계 대전을 버텼지만 창사 158년만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문을 닫았다.

리먼의 파산은 ‘대마불사’라는 단어가 더 이상 금융시장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전후 최악의 금융위기는 이후 대형 보험사 AIG의 국유화, 메릴린치 매각 등으로 이어지면서 막대한 손실을 초래했다.

▲리먼사태는 국내 금융업계에 큰 변화를 몰고 왔다. 특히 '미국식 투자은행' 구조의 실패라는 점에서 고수익, 고위험 사업부문의 축소로 이어졌다. 사진은 리먼사태 당시 짐을 싸서 회사를 떠나는 직원들 모습.
세계 금융시장은 요동쳤는데 런던 은행 간 대출금리인 리보는 3거래일 만에 4.29%포인트 급등했고 세계 증시는 폭락해 같은 기간 6% 이상 급락했다.

2007년 말 국내 증시 사상 처음으로 2000포인트 고지를 밟았던 코스피지수는 리먼 사태 후 한 달여 만에 장중 892.16까지 곤두박질쳤다.

리먼사태가 터진 지 4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코스피 지수와 원·달러 환율은 리먼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등 한국 경제는 눈에 띄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권은 많은 변화를 거치며 생존경쟁에 올인하고 있다.그러나 증권계는 유독 힘겨워하고 있다. 대·중소형 할 것 없이 거의 모든 증권사들의 입에서 “먹고 살기 힘들다”는 푸념이 쏟아지고 있다.

리먼사태 이후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이 바람에 구조조정은 몇년째 진행형이다.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42곳의 올해 상반기 말 전체 직원 수는 이미 작년 말에 비해 1.95% 감소했다.

투자자들의 투자성향에도 큰 변화를 몰고 왔다. 당시 펀드투자로 쓴맛을 톡톡히 본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도가 커지면서 주식형펀드는 쇠퇴 일로에 접어들고 있다.

▲리먼사태는 국내 금융업계에 큰 변화를 몰고 왔다. 특히 '미국식 투자은행' 구조의 실패라는 점에서 고수익, 고위험 사업부문의 축소로 이어졌다. 사진은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반면 글로벌 저금리 기조와 상대적 안정성을 등에 업은 채권형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커지고 있다. 펀드 대신 자문형 랩과 상장지수펀드(ETF) 주가연계펀드(ELF) 주가연계증권(ELS) 등 새로운 금융상품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증권사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미국식 투자은행(IB)’도 어느 새 위험한 모델로 ‘전락’했다. 이 바람에 IB와 자기자본투자(PI)와 같은 고수익·고위험 사업부문이 대폭 축소됐다.

문제는 4년간 커진 덩치에 비해 위탁수수료에 의존하는 수익구조는 여전하다는 점이다. 겉은 멀쩡해도 속은 몹시 취약한 셈이다. 또는 이는 우리 투자금융업계가 리먼사태의 그 쓴맛을 보고서도 교훈을 제대로 찾지 못했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어쩌면 리먼사태는 지금도 진행형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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