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저축은행 문제다. 저축은행 문제는 정치권 로비, 경영진의 부정과 예금 유용, 감독기구의 늑장 대응과 부패, 예금자 및 투자자 보호 실패, 공적자금 투입 회피 및 예금보험기금의 고갈 등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런데 무엇에 홀렸는지 정무위가 이 문제를 그냥 덮고 갈 기세다. 애초에는 19대 국회 청문회 일순위 자리를 다투던 사안이 용두사미가 되어 버린 것이다. 공적 자금을 투입해서 투명하게 정리하는 대신 특별계정이라는 편법을 또다시 연장하는 부분도 무사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 수많은 저축은행이 망가졌는데 그동안 부실 우려 금융기관 지정을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은 예보에 대한 책임추궁도 흐지부지될 전망이다. 환매 조건으로 캠코에 돌려놓은 부실 PF 대출은 사실상의 분식이다. 윤증현 전 금융감독위원장 이래 김석동 현 금융위원장까지 금융감독 관료의 무능과 무사안일, 편법은 또 어찌 그냥 넘어간단 말인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특히 야당이 야단을 더 많이 맞아야 마땅하다. 국민은 이런 것 똑바로 하라고 그들에게 표를 준 것이 아닌가. 무엇에 홀려서 아직 변변한 저축은행 관련 토론회 한 번 제대로 못 하고 딴청을 부리고 있는가. 벌써 모피아에게 장악당했단 말인가.
다음은 가계부채와 서민 주거난 해결 부분이다. 이 문제에 대한 정부 정책은 기본적으로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말고 다시 부동산 경기를 부양해서 문제를 풀어보자는 것인 듯하다. 가계부채 문제의 상당 부분이 부동산 가격 하락에 기인한 것이니 이를 부양하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전세난 부분도 사람들이 집값이 내려간다고 생각해서 전세로만 몰리기 때문에 촉발되었으니 집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만 생기면 상당히 해결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인식은 부분적으로 타당한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 해결의 본령과는 거리가 멀다. 가계부채의 문제는 기본적으로 채무자가 약정된 채무액을 모두 변제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매우 힘들다는 것이다. 이 경우 채무자에게 “본때”를 보이는 것이 목적이라면 악착같이 돈을 받아내야 하겠지만, 이것은 채권자가 가지는 마음가짐일 뿐이고 정부는 그것보다는 더 큰 그림을 보아야 한다. 더 큰 그림은 생산능력의 보존과 활용 측면이다. 채무자를 극한으로 몰고 가서 신용불량자를 만드는 것은 그 사람이 보유한 생산능력을 훼손하고 결과적으로 생산기여도를 하락시킬 뿐이다. 수요 측면에서도 소비 여력을 줄여서 지갑을 닫게 하는 것보다 채무를 감면해 주어 소비 여력을 증가시켜 주는 것이 총수요 진작 측면에서 더 바람직하다. 전세난과 관련해서는 대출 쪽만 건드리지 말고 공공 임대 주택의 공급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국회의원이 국감장에서 고발하고 호통치는 것도 물론 제대로 해야 하지만, 서로 정책적 고민을 나누고 정책의 방향을 바로잡는 것도 필요하다.
그 외에도 다뤄야 할 문제가 너무 많다. 금융감독원의 엉터리 분담금 체계도 있고, 어둠 속으로만 가는 금융감독체계에 관한 총리실 용역도 있고, 누가 어떻게 관리하는지 투명하지 않은 대외원조 자금의 문제도 있다. 정권 말기에 금융감독체제의 개편을 앞두고 예비비를 써 가면서 서둘러 이사한 금융위원회의 성급함도 당연히 문제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역시 론스타 문제를 제외하기는 어렵다. 지난 10여년 동안 우리나라 금융감독체계를 마음껏 유린한 론스타의 정체를 밝히고 여기에 놀아난 금융감독관료의 잘잘못을 가려야 한다. 돈 투자한 사람, 돈 바친 사람, 떡고물 먹은 사람, 감독원칙을 무시한 사람을 가려내야 한다. 물론 이 사건은 3개의 정권에 걸쳐 수많은 모피아와 정계, 금융계, 법조계 인사가 연루된 대형 물의다. 따라서 한 번의 국감으로 그 전모가 밝혀질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작년 국감 이후 올해 1월의 매각 승인까지의 위법과 탈법은 따져야 하고, 현재 진행 중인 투자자 소송에 대한 대응책도 마땅히 검토해야 한다. 여기에는 여야가 있을 수 없다. 모든 국회의원의 분발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