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간 투자·무역·증시·산업 등 다방면에 악영향…전세계로 확산
일본의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국유화를 둘러싼 중국과 일본 간 냉각 관계가 제살 깎아먹기식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이는 전세계에 차이나 리스크를 부각시키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아시아 최대 경제국인 양국의 증시는 지난 5월 이후 내리막세를 지속해 기업들의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상호 투자도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다. 양국의 외교관계도 댜오위다오 문제를 둘러싸고 평행선을 그리면서 사태의 수습은 갈수록 요원해지는 형국이다.
중국 증시의 상하이종합지수는 25일 2029.23으로 2000선에 턱걸이한 수준에 마감됐다. 지수는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가 고조되기 시작한 5월 이후 15%나 하락했다.
HSBC가 발표한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경기 판단의 기준인 50을 11개월 연속 하회, 시장에서는 상하이종합지수가 조만간 2000선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상태다.
일본 증시도 타격을 입기는 마찬가지다. 대규모 반일 시위와 잇단 폭동 등 영유권 문제로 양국 관계가 악화한 이후 현지 의존도 높은 종목들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건설장비업체인 고마쓰의 주가는 5월 이후 33%나 빠졌고 중국을 전략의 핵심으로 키우고 있는 닛산은 18%, 도요타는 4%, 혼다는 11%나 떨어졌다. 신일본제철 스미토모화학 상선미쓰이 등 폭넓은 종목에서 20~40%대 하락세를 나타났다.
중국 관련 기업의 주가 급락은 일본에만 국한되지 않고 있다. 세계 최대 건설장비업체인 미국 캐터필러의 주가는 5월 이후 15.3% 하락했다.
25일에는 캐터필러가 올해는 물론 3년 후 실적까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면서 주가가 곧바로 4% 이상 폭락했다. 캐터필러의 이례적인 장기 실적 경고는 최대 시장인 중국 리스크가 확대하고 있는 까닭이다.
중국 경착륙 불안감이 여전한 상황에서 영토 문제를 둘러싼 마찰이 장기화하자 중국 시장 불확실성이 과도하게 커졌다는 진단이다.
유럽에서는 명품업체들의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고성장을 구가하며 호화 소비를 해오던 중국의 소비가 주춤해질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영국 명품업체인 버버리 주가는 5월 이후 31.4%나 떨어졌고 프랑스의 에르메스 주가도 19.8% 하락했다.
양국의 냉각관계는 대중 직접투자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다.
중국 경제의 원동력인 외국인 직접투자는 지난해 연 10% 늘어난 반면 올 1~8월은 전년 대비 3.4% 감소했다. 그동안은 일본 기업들이 재정 위기로 부진한 유럽 기업들의 투자분을 만회해줬으나 앞으로는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BNP파리바의 고노 료타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양국 관계 악화가 길어지면 일본에서는 대중 수출 둔화가, 중국은 일본에서의 서플라이체인 정체가 마이너스 영향을 줄 것”이라며 “이 같은 결과는 세계 경제 전체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과 일본의 외교 당국자들은 사태 해결을 위해 25일 중국에서 머리를 맞댔으나 상호 의견 차만 확인하고 해결의 실마리는 잡지 못했다.
양국 당국은 25일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에서 다시 장관급 회담을 개최한다. 이번 회담에서는 일본의 댜오위다오 국유화로 악화한 양국의 외교 관계 개선을 모색할 것으로 보이지만 갈등의 골이 워낙 깊어 결실을 맺을 지는 장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