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1980년대와 1990년대에 ‘무등산 폭격기’로 불리며 국내 프로야구를 호령했던 선동렬 선수(현 기아타이거즈 감독)는 등장 자체만으로도 상대편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특히 선동렬 투수가 선발에서 마무리로 보직을 변경한 뒤 더그아웃에서 몸만 풀어도 상대팀들은 그 경기를 사실상 포기했을 정도라고 한다.
야구계에서는 선동렬 선수를 ‘100년에 하나 나올까 말까 한 선수’라고 극찬했다.
스마트폰 업계에도 선동렬 선수와 같은 존재가 있다. 바로 애플의 ‘아이폰5’이다. 지난 주말 미국을 비롯한 1차 출시국에서 공식 출시된 ‘아이폰5’가 판매 신기록을 세우면서 전작들의 인기를 능가하고 있다.
‘아이폰5’가 처음 공개됐을 때 국내외 언론들은 ‘혁신’이 사라진 제품이라며 일제히 혹평을 내놓았다. 특히 국내 언론의 비판강도는 더욱 높았다. 아마도 애플의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국내 기업이라는 점과 무관치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내외 언론을 비웃기라도 하듯 애플의 ‘아이폰5’는 말 그대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애플의 주가는 사상 최초로 700달러를 돌파했고, 미국 내에서는 애플의 시가총액이 미국 증시 역사상 최초로 1조 달러를 돌파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제품이 공개된 이후 외신들의 반응은 호평 일색으로 바뀌면서 “역시 아이폰”이라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
이처럼 아이폰이 스마트폰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지난 24일 열린 팬택의 ‘베가R3’ 런칭쇼 현장에서도 고 스티브 잡스의 ‘휴대전화는 한 손으로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철학을 화면으로 보여줬다. 팬택 경영진은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애플을 ‘경쟁사’로 지목했지만 애플의 철학에 반대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더욱이 가을에는 국내 스마트폰 제조3사(삼성전자, LG전자, 팬택)가 모두 신제품을 들고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린다. 모두 애플의 ‘아이폰5’와 경쟁할 수밖에 없다.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지금 벼랑 끝에 선 심정이다. 한 사람이 두 대의 스마트폰 구매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 스마트폰을 바꾸는 소비자들은 대부분 2014년까지 사용하게 된다. 이 경우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제품들이 빛을 보지도 못하고 사라질 수 있다.
더욱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과도한 보조금 지급으로 제품 가치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시장도 혼탁하게 만들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모든 예상 시나리오들이 모두 애플의 ‘아이폰5’로 인해 촉발됐다는 점이 씁쓸하기만 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요즘은 ‘밀리면 끝장이다’라는 절박한 심정으로 출시날짜를 기다리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스마트폰 제조3사의 제품 경쟁력이 높아졌지만 아직 아이폰을 능가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아직도 ‘스마트폰=아이폰’이라는 공식이 유효한 셈이다.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가을 스마트폰 대전에서 국내 스마트폰 사업자들이 선전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에는 ‘혁신’의 아이콘을 넘어 등장 자체만으로도 상대방을 위협할 수 있는 선동렬 감독과 같은 국내 스마트폰의 등장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