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국부펀드 수 2배로 껑충…신흥국 외환보유고 팽창 몸집 키워
세계 국부펀드의 입김이 거세지고 있다.
플래처스쿨에 따르면 세계 국부펀드 수는 지난 10년 동안 두 배로 늘어났다. 자산 규모는 5조~6조달러로 확대했다.
모건스탠리는 오는 2015년까지 세계 국부펀드의 자산 규모가 12조달러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국부펀드들은 신흥국 경제 성장 따른 외환보유고 팽창을 배경으로 몸집을 급격하게 키워왔다.
아시아 각국은 해외에서 유입되는 자금에 힘입어 외환보유고 팽창 압력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통화 강세에 따른 수출 경쟁력 저하를 막기 위한 환율 개입으로 외환보유고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국부펀드는 주로 외환보유고를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해 자금을 굴린다.
정부가 직접 소유하고 운영하는 투자기관인 셈이다.
아시아 국부펀드들은 채권 투자액을 축소하고 현금 보유율을 높이는 반면, 북유럽의 일부 국부펀드는 위험도가 높은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싱가포르투자공사(GIC)의 경우 운용 자산 중 현금 비율을 3%에서 11%로 늘리는 한편 3월까지 1년간 주식 비율은 49%에서 45%로 낮췄다.
선진국의 국채 금리가 안전자산 선호 심리와 중앙은행의 개입으로 이례적인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채권 비율은 20%에서 15%로 낮췄다.
다우존스 뉴스와이어가 국부펀드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운용 담당자들은 2009년 4월 이후 처음으로 운용자산에서 현금이 차지하는 비율을 다른 투자처보다 높였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에드윈 트루먼 수석 연구원은 “유럽 재정위기가 해결될 것으로 확신은 하지만 현재 이같은 희망은 줄어들고 있다”며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한 지속적인 우려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일머니가 두둑한 북유럽 역시 국부펀드 운용 전략을 바꾸고 있다.
최근 세계 최대 국부펀드인 노르웨이중앙은행투자운용국(NBIM)은 지난달 전략적 투자의 일환으로 리스크를 대폭 높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주식에 60%, 채권에 40%, 부동산에 극히 일부를 투자해왔으나 이 구도에 대폭 변화가 일 것이라는 이야기다.
세계적인 금융위기처럼 시장의 유동성이 고갈된 현상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1996년 운용을 시작한 NBIM은 현재 세계 주식의 1%를 보유하고 있다.
운용 자산 규모는 6000억달러를 넘는다. 이는 세계 2위인 아부다비투자청의 4000억달러를 훨씬 웃도는 것이다.
FT는 NBIM의 달라진 투자 방침이 중동과 아시아 국부펀드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했다.
국부펀드는 자산 규모가 크고 대규모 투자가 가능해 세계의 자산 및 금융 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만만치 않다.
문제는 국부펀드를 정부가 소유한데다 기업처럼 운용 실태나 실적 등을 공개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투명성과 정치적 압력을 배제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