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들 ‘서민금융’ 온도차

입력 2012-09-18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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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하우스푸어지원 가장 적극

신한·하나 등은 “검토사항 많아” 주저

금융지주사들이 서민금융 지원 방식을 놓고 제각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우리금융지주가 하우스푸어 구제를 위해 구원투수를 자청했지만 다른 지주사들이 내심 불편한 심기를 들어내며 다른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극히 소수 인데다 이자도 못 내는 대출자들이 어떻게 임대료를 낼수 있겠냐며 서민금융 주도권 잡기에 신경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11일 하우스푸어 지원대책으로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신탁 후 임대)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하우스푸어 대책과 관련해 다른 금융지주사들이 대책 마련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원 범위는 좁지만 공감대 확산을 위한 구심적 역할을 했다는 평가이다.

이 회장은 이 제도 발표 전후로 은행권 최초로 10% 안팎 소액신용대출 상품 출시와 집단대출소송 연체이자를 50% 감면하는 등 통큰 서민금융 지원책을 풀어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다른 금융지주사들은 우리금융의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에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여러 가지 문제점 때문에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17일 국민연금 창립 25주년 기금운영 국제 컨퍼런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신탁 후 재 임대는)각 은행이 상황에 맞게 진행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의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이 실효성에서 난간에 봉착하자 금융권에서 100조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 특수목적회사(SPC) 설립을 통해 공동으로 참여하는 방안이 수면위로 떠오르자 신탁 후 재 임대 방식은 은행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게 낫다는 견해를 밝힌 것이다.

한 회장은 “(신탁 후 재 임대)는 쉽게 말하면 채무 재조정”이라며 “서민을 위한 채무 재조정은 대출금 상환방식 변경이나 이자 감면 등 전통적인 방식으로 해도 되지 않겠냐”며 신탁후 재임대 방식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역시 “(신탁 후 재임대는) 은행이 하려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제도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항이 많다”고 말했다. 트러스트 앤드 리스백이 금융당국의 서민금융 지원 메시지를 알아서 해석한 모법 답안이 아니라는 얘기다.

앞서 민병덕 국민은행장은 “세일 앤드 리스백을 검토는 하고 있지만 보류한 상태”라며 “한 은행에서만 할 것이 아니라 전 금융기관이 새로운 펀드를 구성해 대대적으로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우스푸어 대책은 우리금융 마이웨이 행보보다 공동으로 해야 할 상황이라는 판단이다.

이에 반해 이 회장은 오는 10월 예정대로 신탁 후 재 임대 방식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확고히 했다. 이날 이 회장은 “은행 단독으로 진행할 계획”이라며 “현재 은행에서 실무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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