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석의 야단법석]경찰 강력반 그리고 북어

입력 2012-09-17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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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북어(명태)가 고사 상에 오르게 된 것은 풍요와 만사형통을 기원하는 풍속에서 유래됐다. 명태는 머리가 크고 알이 많아 알과 같이 부자가 되게 해 달라는 의미에서다.

요즘에도 온갖 잡귀를 내쫓고, 무사안녕을 염원하는 뜻에서 문틀 위나 처마 밑에 매달곤 한다.

이런 북어가 경찰서에 등장했다. 서울 성동경찰서 강력팀 입구에 1년 째 북어가 걸려 있다. 직원들이 ‘무탈’을 바라는 것이다.

그런데 경찰지휘부는 북어가 걸린 것을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분위기다. 직원의 부상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검거에만 혈안이 돼 있는 듯해 안타깝다.

소위 ‘다이하드 경찰’이라 불리는 남녀 직원들을 보면 말이다. 차에 매달려 떨어져 부상하거나 떨어지지 않고 25분을 버텼다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또 한국경찰의 위상과 동료들의 사기를 높였다는 논리로 특진시키며 우쭐대기까지 했다. 냉정하게 보면 나주 초등생 성폭행 사건으로 대통령에게 혼쭐이 난 경찰지휘부가 이를 만회라도 하려는 듯 요란을 떨었다.

결과적으로 검거했지만 네 살배기 아기를 둔 가장이 목숨을 담보할 만큼 중대범죄자였는지를 따지지 않을 수 없다. 그 직원은 교통안전계 소속이다. 막상 잡고 보니 마약수배자였던 것이지, 강력계에서 오랜 기간 추적해 반드시 잡아야 했던 중요범죄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 직원은 교통법규 위반 운전자를 잡는다고 목숨을 걸었다. 다행히 전치 3주 부상이었지만 가족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처럼 경찰이 ‘공상(公傷)’을 입는 건수가 매년 늘고 있다. 2007년 1413건이었던 경찰 공상은 지난해에는 1867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작년에만 11명이 순직했다.

특히 지난해 공상 가운데 차에 매달려 떨어지는 등의 안전사고가 약 40%에 해당하는 744건으로 시위 진압에서 다치는 54건(3%) 보다 훨씬 많다.

통계에서 보듯 경찰이 음주운전 단속 등의 과정에서 도주차량에 매달렸다는 소식을 자주 접한다. 매달린 직원이 다치기라도 하면 경찰은 공권력 운운하며 국민을 상대로 엄포를 놓는다. 직원들이 차에 왜 매달릴 수밖에 없는지 지휘부가 모를 리 만무한데도 말이다.

경찰이 1년 전 근무평가에서 실적(검거)을 100% 위주로 한 정량평가를 폐지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그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은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교통이 아닌 다른 부서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학교폭력, 성범죄, 대부업 피해 등 각종 범죄 예방을 한다면서 한편으로는 각종 기획수사를 통한 검거실적을 부추기고 있다.

한 나라의 국격과 국민 행복의 척도는 치안이다. 또 치안의 우선은 예방이지 검거가 아니다. 경찰지휘부는 제 2의 다이하드 경찰이 나오지 않도록 업무성과평가 기준을 서둘러 손질해야 한다. 성과라는 용어도 눈에 거슬린다. 또 지휘부는 경찰의 부상이 국민의 안전도를 그만큼 떨어뜨린다는 생각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된다. 다이하드 경찰을 보고 국민은 박수를 쳐도 지휘부는 박수를 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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