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번 한전의 누진제 축소 발표는 효과는 물론 책임회피와 함께 요금문제로 마찰을 빚어온 지식경제부에 대한 노골적인 반항의 의미가 담겨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행 주택용 전기요금은 사용량에 따라 6단계로 나눠 차등 부과하고 있다. 사용량이 많을 수록 많은 요금이 부과되는 누진제 방식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1단계가 ㎾h당 70.27원으로 가장 낮고 2단계(80.10원), 3단계(102.34원), 4단계(125.95원), 5단계(163.08원), 6단계(262.08원)로 올라갈수록 판매단가는 늘어난다. 사용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많은 요금을 부과하는 구조다.
이를 3단계로 축소할 경우 전기사용량이 적은 가정이 높은 요금을 내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대로 전기사용량이 많은 가정은 상대적으로 적은 요금을 내게 된다.
특히 전기사용량이 많은 가정은 누진제가 완화되는 효과로 인해 더 많은 전력을 소비하게 됨으로써 전력과소비를 부채질할 수 있다는 지적도 설득력이 있다. 한마디로 서민보다는 부유층에 유리한 방안으로 효율성은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현가능성 여부도 불투명하다. 한전은 주무부처인 지경부와 전기요금과 관련해 가뜩이나 불편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전 독자적으로 요금체계 변경을 발표한 것은 지경부를 무시한 처사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전기요금은 한전의 발표가 아니라 지경부 산하 전기위원회의 인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전은 이번 누진제 완화발표로 요금부담 완화 의지를 홍보하고, 대신 요금체계의 불합리함은 지경부에 그 책임을 떠넘기는 이중효과를 노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