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대형마트 판매품목 제한은 군주적 발상”

입력 2012-08-3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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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대해 술과 라면 등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대형 유통업계에서는 반발의 목소리가 거세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강제하는 군주적 발상으로 한 마디로 계획경제”라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31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는 동네 슈퍼와 전통시장 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대형마트와 SSM에 대해 일부 품목의 판매를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 중에 있다. 서울시가 대형마트 판매 제한을 추진 중인 품목은 소주, 막걸리, 담배, 라면 등을 포함한 등 약 50개 내외다.

서울시 관계자는 “선정된 품목은 전체 판매·소비량의 변화가 적고 매장별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아 소비자가 동네 가게나 전통시장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제품들”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을 담아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에 관한 법률'을 개정할 것을 지식경제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대형 유통업계는 현재로서는 대체로 말을 아끼면서도 강하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국회나 지경부에서 법안이 발의되지 않았기 때문에 뭐라 말하긴 이르다”면서도 “소비자의 불편을 가중시키고 제조업체들을 죽이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울시의 방안에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소주, 막걸리, 담배를 가장 많이 사는 곳은 대형마트가 아니라 편의점”이라며 “대형마트 술 판매를 제한하는 것은 재래시장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소주, 담배, 막걸리 등 해당 품목은 대형마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다. 이마트의 경우 소주, 담배, 막걸리가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0.5%, 0.2%, 0.1%에 불과하며 홈플러스의 경우에도 전체매출에서 라면, 두부·콩나물, 건전지, 전구의 비율은 각각 2.7%, 0.7%, 0.5%, 0.4%다.

제조업계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대형마트를 통해 막걸리 등을 납품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전통주를 지원하겠다고 하고 있는데 만약에 대형마트에서 살 수 없게 하면 국민들이 전통주를 접할 기회가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납품업체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소비가 큰 상황인데 가장 큰 시장인 서울시에서 판매 품목이 제한되면 대형마트 뿐 아니라 제조사와 협력사에 있는 수많은 직원들이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이것은 거대한 제조업계 생존의 문제”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서울시는 조만간 지경부에 공문을 발송할 예정이다. 정치권에서도 일부 같은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입법에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다만 정부 건의 시기나 판매제한 품목은 유통업계 반발이나 소비자 반응 등을 고려해 전문가 검토를 거쳐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지경부가 서울시의 건의를 받아들여 해당 법안의 입법 절차에 들어가게 될 경우 대형마트 등의 반발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 관계자는 “법안이 가시화되면 공식 입장을 내고 법적인 대응을 포함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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