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의 세계] 아나운서로 가는 길… 1년에 2500만원?

입력 2012-08-31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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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 쌓으려 미인대회까지 출전… 성형수술도 서슴없이

▲최근 아나운서를 희망하는 취업준비생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사진은 1836대 1 경쟁률을 보인 MBC 신입사원 지원자들의 리딩테스트 대기 모습. 사진=MBC
아나운서 채용을 위한 오디션 프로그램 MBC ‘신입사원’ 경쟁률 1836 대1, 2010년 KBS 공채 아나운서 경쟁률 596 대1 등 아나운서 경쟁률은 KBS,MBC, SBS 등 방송사 아나운서에 대한 취업 준비생의 선호도를 가늠할 수 있는 단적인 사례다.

여대생을 비롯한 대학생과 취업 준비생들은 왜 이토록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선망할까. 물론 아나운서로 통칭되지만 MC, DJ, 리포터 세분화 된 활동 영역까지를 포함된 방송 직종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다.

아나운서는 방송 프로그램의 전면에 나선 진행자로 대중의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는데다 개성을 살릴수 있다는 점, 스타 아나운서로 부각된 뒤 프리랜서로 활동할 경우 막대한 수입을 올릴수 있다는 점 등이 아나운서직종 지원자 급증 현상을 낳고 있다. 또한 전문직으로서 자신의 능력을 발현할수 있을뿐더러 지적 능력과 이미지가 방송으로 화려하게 포장되고,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끌수 있다는 점도 아나운서 지망자가 급증한 원인이다.

하지만 선호도에 비해 아나운서로 가는 길은 매우 좁다. KBS, MBC, SBS등 지상파 3사를 비롯해 케이블 채널, 종합편성채널 등 다양한 방송사에서 아나운서를 필요로 하는 그 채용인원이 매우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상당수 아나운서 준비생들은 여러 곳의 방송 아카데미를 전전하며 아나운서로 가는 좁은 길에서 분투 중이다. 업계 종사자들도 “요즘에는 방송 아카데미가 필수 코스가 된 듯, 신입 아나운서들 중 아카데미를 거치지 않은 이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방송 아카데미에서는 공채 시험에서 요구하는 시사상식, 논술 등의 필기와 카메라테스트, 면접 등의 실기로 나눠 짧게는 3개월, 길게는 9개월까지의 교육과정으로 아나운서 대비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 기간 내에 KBS 등 지상파 방송사를 포함한 각종 방송사에 취직을 했다면 운이 좋은 경우다. 경쟁이 치열해진만큼 상대적으로 준비 기간이 늘어 2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 과정에서 합격되는 법을 집중적으로 가르친다고 홍보하는 아카데미 2~3군데를 거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라는 것이 전문가와 일부 아나운서 준비생들의 설명이다.

▲아나운서 응시자들의 필수 관문이 된 방송아카데미 수업 모습.
MBC 아카데미 아나운서 과정 정효진 교수는 “지망생이 늘고, 준비 기간이 길어진 만큼 소요되는 비용도 높아졌다. 통상 일 년에 600만원~1000만 원 가량의 아카데미 수강료가 필요하고, 한 번 아나운서 시험에 응시할 때마다 헤어, 메이크업, 의상 비용으로 30만 원 가량을 쓰게 된다. 그만큼 중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하겠다는 의지가 없으면 시간과 비용적인 면에서의 부담이 엄청나다”고 말했다.

심지어 경력과 스펙을 쌓기위해 미인대회에 출전한 뒤 아나운서 지망을 하는 경우도 늘었다. 최근 각종 미인대회 후보자의 90%가 아나운서를 목표로 대회에 출전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이럴 경우 미인대회 출전 과정에서 비용 부담은 더 올라간다. 아나운서는 외모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심화되면서 일부 아나운서 준비생들의 경우 다이어트와 성형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기도 한다.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아나운서 준비생들의 상당수가 치아성형과 안면교정 등의 수술을 위해 내원한다. 치아성형과 안면교정은 각각 정도에 따라 600만 원~1000만원의 수술비용이 소요된다”고 밝혔다.

아나운서 취업 준비 비용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미지 메이킹을 위한 헤어, 메이크업, 의상, 피부 관리 등으로 이어진다. 추산해보면 아나운서 준비기간 1년 기준 으로 최소 1000만 원에서 최대 2500만 원 가량의 비용이 소요된다. 과거 방송을 통해 소개된 한 아나운서 응시자가 32번의 시험을 보면서 3200만 원의 비용을 투자했다는 내용이 과장이 아님을 쉽게 알수 있다.

취업 준비생들의 아나운서 지망 열기가 과열되면서 부작용도 우려된다. 인적, 경제적 낭비를 초래할뿐만 아니라 입사에 실패할 경우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생활에 부적응 양상을 보이는 극단적인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올해 초까지 아나운서로 활동했던 정효진 교수는 “왜 아나운서가 되고 싶은지도 모른 채 치열한 경쟁에 뛰어들었다가 뜻대로 되지 않으면 자괴감에 빠지기 쉽다. 그나마도 꿈을 이루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다른 분야에 취업할 기회조차 잃을 수 있다. 무턱대고 화려한 면만을 보지 말고 왜 아나운서가 되고 싶은지, 합격 후에는 조직 생활에 잘 적응하며 끈기 있게 활동할 수 열정이 있는지 먼저 점검해 보는 태도가 필수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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