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지금 하우스푸어는 우리나라 경제 전체를 뒤흔들 매가톤급 시한폭탄으로 덩치가 커져가고 있다. 투기가 아니더라도 내 집 마련이라는 소박한 개인의 바람이 원금이라도 건지겠다는 보상심리로 바뀌면서 국가적 위기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비단 우리 만이 겪고 있는 특수한 상황은 아니다. 일본과 미국의 경제위기의 근원도 사실은 하우스푸어가 출발점이었다.
일본 경제에 위기가 찾아온 것은 1990년대 초반이었다. 1947~49년 사이 태어난 단카이 세대로 불리는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시기와 맞물린다. 미국도 2007년 1945~55년 사이 태어난 베이붐 세대의 은퇴와 함께 경제위기가 시작됐다. 한국은 2010년부터 베이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했다. 경제성장의 주역이었던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부동산 거품붕괴가 시기적으로 일치한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는 각종 생산과 소비 시장의 규모를 증폭시켜 왔다. 반면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는 이들 시장의 축소와 경기둔화를 필연적으로 동반해 왔다.
그동안 일부 경제연구소들은 이의 상관관계 분석과 함께 부동산 폭락을 예측하는 한편 가계부채의 심각성에 대해서도 수차례 위기경보를 울렸다.
통계청도 지난 2009년 1월 ‘향후 10년간 사회변화 요인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주택을 구입하는 35~54세 인구가 2011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한다며 1955~63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맞물리면 주택 경기가 구조적으로 침체할 수 있다고 일찌감치 경고했다.
하우스푸어에 의한 위기 도래 가능성이 정부기관에서까지 제기됐지만 아직까지 정부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았던 것이다. 최근 들어서도 위기론만 난무할 뿐 대책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내용이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1년 말 가계부채 규모는 900조원에 달한다. 올해 10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 가운데 금융기관의 주택담보대출은 400조원에 육박한다.
그러나 정부는 ‘대체로 관리가능한 수준’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한 모든 경제정책의 억제전략에서는 언제나 문제의 규모가 감당할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섰을 때 부랴부랴 대책이 나왔다는 데에 불안감이 앞선다. 때문에 경제정책 당국이 위기를 보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예측했으면서도 축소·은폐하기에 익숙한 나머지 책임회피에 급급했는지는 매번 논란의 대상이었다.
지금까지 경제위기는 단일 요인에 의해 발생하지 않았다. 일본과 미국의 예에서 보듯이 하우스푸어 문제에 외부충격이 가해졌을 때 심각한 경제위기가 발생했다. 우리나라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