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지금 '시나리오 경영'

입력 2012-07-23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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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경영위기, 이렇게 극복한다]삼성·GS·SK 등 TF팀 마련…최악 상황까지 대비

“확신할 수 있는 미래는 전혀 없다. 모든 시나리오를 세워 대비할 뿐이다.”

삼성, SK, GS 등 국내 대기업이 잇따라 시나리오 경영에 나서고 있다. 시나리오 경영은 불확실한 경제여건이 미치는 영향을 미리 전망하고, 이를 토대로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한 대응방안을 강구하는 경영기법이다.

최근 유럽발 경제위기 등 예측 불가능한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선 모든 상황을 펼쳐 놓고 이를 분석, 대비해야 100년 기업으로 생존할 수 있다는 급박함이 묻어난다.

최근 삼성그룹은 유럽시장 변동에 따른 시나리오 경영에 돌입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유로화 환율 변동율이 일상적인 수준을 벗어난 것으로 판단된다”며 “그룹내 공통된 지침은 없지만 유럽 시장과 관련이 깊은 계열사 별로 시나리오 경영을 가동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장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위기 해결책까지는 아니지만 환율 급변, 유가 폭등, 기업간 합종연횡, 각종 규제 등 급변하는 경제 상황에 맞춘 경영전략을 가동했다는 의미다.

그러나 삼성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위기 극복 대응책 마련을 위한 준비작업에도 착수했다. 최근 삼성전자는 80여명에 달하는 통계·예측분석가를 대거 영입해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린 것으로 전해진다. 각종 변수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예측하고 이에 대비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단기적인 시나리오 경영을 통해 사태를 주시하며 장기적인 시나리오 경영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허창수 GS그룹 회장도 최근 경영환경을 위기 상황으로 인식하고 시나리오 경영을 선언했다.

허 회장은 지난 18일 서울 역삼동 GS타워에서 그룹 계열사 임원 150여 명을 향해 “시나리오 경영으로 위기를 잘 극복해야 한다. 타이밍을 놓치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한 반응 속도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전략과 시나리오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SK그룹은 시나리오 경영을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정부 규제, 환율, 유가 등 외부 변수에 민감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SK는 2000년 초부터 불확실성을 관리하기 위해 시나리오 경영을 적극 활용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본격화되기 전인 2007년 말부터 SK는 시나리오 경영을 강화했다. 장기 사업계획을 수립하기 전에 통신, 에너지 등 핵심 사업별로 미래 시나리오를 나눠 전망하고 대응책을 수립했다.

이때 구축한 다양한 시나리오에는 2008년 초 유가 폭등, 경제위기 발생 등 몇 개월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극단의 상황이 포함됐다.

실제 이 같은 위기가 닥쳤을 때 SK그룹은 미리 짜놓은 시나리오 경영전략에 따라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

한편 외국 기업 중에는 정유업체 쉘이 시나리오 경영의 대표사례로 꼽힌다. 쉘은 1970년대 1차 오일쇼크를 정확하게 예측해 세계 7위사에서 일약 선두권 회사로 도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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