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현장 전문인력 태부족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공사 수주가 47년 만에 5000억달러를 달성했다. 우리나라 해외건설 산업의 저력을 과시하고 향후 1조원 수주 시대를 열기 위한 새로운 행보를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전문 인력의 부족으로 아우성이다. 이른바 해외인력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굵직한 공사수주 소식을 전해오고 있지만 막상 현장에서 활약할 전문인력은 턱없이 모자란 실정이다. 실제로 최근 이라크에서 대규모 도시공사에 나서는 한화건설만 하더라도 공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2만5000명 정도의 인력이 필요하지만 투입되는 국내 인력은 1000여명 불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2012년 현재 해외건설시장에 당장 투입해야 할 인력 중 2200명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 추세로는 2015년까지 전문 기술자만 1만4000명 이상 부족할 전망이다.
이처럼 인력이 모자라면서 해당 전문인력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대형건설사들의 경우 해외에 나가는 전문인력은 신입사원도 5000만원이상의 연봉을 주고 있지만 이 역시 적합한 인력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때문에 현장에 진출한 건설사들이 서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스카웃 경쟁을 벌이며 자존심 싸움으로 번지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인력부족이 심각하자 국토부를 비롯해 해외건설협회 등은 해외건설 인력 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향후 전문대학원 설치를 논의하고 있지만 건설업계의 불만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A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는 무조건 대학 졸업 예정자나 무경력자를 이론교육만 시켜 해외 건설현장에 내보내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하지만 현재 우리가 원하는 인력은 글로벌 역량을 갖춘 전문기술자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시간도 상당히 소요된다”고 강조했다.
결국 한정된 시간내에 국내에서 인력수급이 어려워지자 인도·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 인력 등 외국인 인력 채용 역시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는 인력 확충이라는 측면에서도 볼 수 있지만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국내 인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급여 역시 건설사들에게는 큰 매리트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나가는 해외건설이 국내 고용창출에 도움이 되고 장기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결국 국내 인력 수급이 해결되야 한다는 것이 건설업계의 입장이다.
B 건설사 인사담당자는 “대형사들은 디자인·조달·엔지니어링·CM·PM 등의 창의적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지만 구직자들은 틀에 박힌 학점, 토익점수 등의 스펙 위주로만 구직을 준비하면서 기업의 인재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책적인 지원과 함께 구직자들 역시 건설사들의 니즈에 맞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