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투자자 세금 늘어난다
우선 정부는 선물이나 옵션 같은 파생 금융상품에 과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3년간은 거래세율을 0%로 유지하고 0.001%로 세금비율을 높여 최종적으로 0.01%의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지금까지 파생 금융상품 거래에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았다.
지난 4월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은 파생상품 거래세를 거래대금의 0.01%, 새누리당은 0.001%를 세금으로 매긴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1억원 거래에 1000원(새누리당 안)이나 1만원(민주통합당안)이 부과된다.
금융소득에 대한 세금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현행 '연간 금융소득 4000만원 이상'으로 돼 있는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을 2000~3000만원까지 낮추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득층에서 세금을 더 거두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또 주식 양도차익 과세의 기준을 높이기 위해 이른바 ‘대주주 요건’ 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분율 3% 또는 지분총액 100억원 이상을 보유한 대주주’로 돼 있는 현행 상장기업 주식 양도차익 과세 대상을 ‘지분율 2%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상장기업 주식 양도 차익은 일반적으로 비과세되고 대주주에 한해서만 과세되는데 그 대상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정부가 금융세를 확대하기로 한 것은 금융소득에 세금을 매기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간 국내 주식시장을 육성한다는 차원에서 대주주가 주식을 양도한 경우 등을 제외하곤 자본시장 전반에 과세하지 않았다. 주식 거래를 활성화해 자본시장이 커질 수 있도록 투자자들에게 비과세 혜택을 준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파생상품의 거래량은 지난해 계약 기준 38억1900만건으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봉급생활자가 땀 흘려 번 근로소득에는 꼬박꼬박 세금을 매기면서 사실상 ‘불로소득’에 해당하는 금융소득에 과세하지 않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하지만 파생상품 거래세 도입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실익 없이 거래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
증권업계는 현물과 달리 파생상품은 레버리지 거래를 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실제 체감하는 거래세 부담은 통상 5배가량 크다는 분석이다. 파생상품은 거래대금을 100% 지불하는 게 아니고 일정 증거금만 납입한 채 거래하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현물시장에서 주식 100만원짜리를 100주 매수하려면 1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또 주가가 10% 움직이면 현물시장에선 10%의 이익 또는 손실을 얻는다. 반면 선물시장에선 가격이 10% 변동하면 수익률은 50%이상 변한다.
파생상품의 거래세는 증거금이 아닌 명목금액에 부과됨으로 실제 부담하는 세율은 0.01%(또는 0.001%)의 5배 이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파생상품 거래세가 도입되면 한국 증시가 퇴보하는 등 세수를 충당하기보다 한국 증시를 한 단계 퇴보시키는 부작용만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강하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파생상품으로 위험을 회피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리스크에도 한국증시에 안심하고 현물 주식에 투자하는 상황에서 파생 거래세가 도입돼 선물 시장이 죽으면 현물시장에서도 외국인들의 이탈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또 한번 떠난 투자자들을 다시 유치하는 것은 더 어렵다.
실제 대만은 1999년 주가지수선물 상품에 거래세를 도입했다가 거래량의 40%가량을 경쟁국인 싱가포르에 빼앗긴 바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파생상품 거래세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대만이 유일하다.
이 밖에도 초단기 거래 상당수를 차지하는 외국인투자자가 줄어들 경우 상대적으로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아져 시장 쏠림현상이 심화될 가능성도 제기된 상태다.
이에 따라 파생상품 거래세 도입으로 세수를 충당하기보다 한국 증시를 퇴보시키는 부작용에 대한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