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들이 숭배하는 차 '컬트카'
컬트 문화는 대중에게 인정받기보다 특정 부류에게 집중적인 조명을 받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컬트문화에 열광하는 마니아가 늘었고 관심도 모으고 있다.
독특한 디자인을 앞세운 컬트 패션과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컬트 미술 등이 여기에 속한다. 남들과 무엇하나라도 다른, 독특한 무언가를 갈망하는 계층이 늘었기 때문이다.
21세기 들어 컬트 문화는 영역을 소비재로 넓혔다. 건축과 가구 등에 독특한 디자인이 더해졌다. 소유자들의 개성을 대변하면서 인기를 모았다. 컬트를 신봉하는 이들은 단순히 좋아하거나 집중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때로는 광적인 숭배로 여겨지면서 다양한 사회현상으로 이어졌다.
비슷비슷한 차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무엇 하나라도 튀어야 살 수 있다는 경제관념이 퍼진 까닭이다.
컬트카를 상징하는 다양한 조건 가운데 디자인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초기 컬트카는 형이상학 디자인을 앞세워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디자인이었다. 타고 내리기 불편하고 안전이나 실용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결국 독특한 디자인과 개성이 컬트 자동차의 필요조건이 됐다. 이들은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소유물에 가까웠다. 차를 타고 달리면서 느끼는 즐거움보다 세워놓고 바라보는 감흥이 더 컸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도 커졌다. 수십 년 된 올드카가 경매가 수억 원에 낙찰되고, 수십 년이 지나도 유행에 상관없이 독특한 디자인을 뽐내는 차들이다.
독특한 디자인을 앞세웠다고 무조건 컬트의 반열에 오를 수는 없다. 많은 차들이 비슷한 모양새를 추종하며 ‘복제품’을 만들었다면 원조 컬트카의 가치는 퇴색한다. 나아가 컬트카로서 존재의 당위성도 잃게 된다. 흔하디 흔한 차였지만 이제 멸종(?)위기에 몰린 차도 컬트로 여겨진다. ‘희귀성=개성’이라는 등식이 성립되기 때문이다.
완성차 메이커에게 이런 컬트는 단순하게 판매를 늘려 회사를 배불려주는 차원을 넘어선다. 브랜드 이미지를 이끌어갈 하나의 리더인 셈이다. 우리가 ‘폭스바겐’하면 가장 비싸고 고급스러운 ‘페이톤’보다 ‘딱정벌레車’라며 ‘뉴 비틀’을 연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컬트카는 자동차회사의 이미지를 만드는 중대한 아이콘인 셈이다.
이러한 컬트 이미지는 때로 완성차 회사의 마케팅과 홍보에 따라 완성되기도 한다.
어느 틈인가 ‘닛산=큐브’라는 등식이 뇌리에 각인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3세대에 불과하지만 박스카 큐브는 닛산의 상징이 됐다. 일본 내수시장에는 다양한 박스형 경차가 존재하지만 ‘큐브’가 이들과 차별화된 이유는 원조다운 마케팅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컬트카는 수십 년이 지나도 전성기의 디자인과 콘셉트를 고수한다. 모델이 바뀌어도 기본 밑그림을 고수한 채 현대적인 디자인 터치만 더한다.
폭스바겐은 소형 해치백과 세단, 대형 고급차, SUV까지 아우른 종합 완성차 메이커다. 모든 라인업이 비슷한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담고 있다. 멀리서도 한눈에 ‘폭스바겐車’임을 알아챌 수 있다. 이른바 패밀리룩 덕이다.
그러나 폭스바겐을 상징하는 ‘뉴 비틀’은 이들과 전혀 다른 길을 걷는다. 1940년대 등장한 클래식 비틀의 디자인 감성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다. 폭스바겐의 다른 차들과 전혀 닮지 않았다는 것은 브랜드 이미지를 위한 컬트 디자인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쉐보레 ‘카마로’도 좋은 예다. 모든 쉐보레가 다같이 커다란 프론트 그릴을 앞세우고, 이 그릴을 상하로 나누고 있다. 이른바 ‘듀얼 매시 그릴’이다.
반면 스포츠카 ‘카마로’는 이런 패밀리룩과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1960년대 아메리카 머슬카의 감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한때 ‘현대차’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첫 번째 떠올리는 차가 최초의 고유모델 ‘포니’였다. 이제 찾아보기 어려운 차가 된 포니는 현대차에게 컬트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