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소매시장의 개방을 앞두고 외세에 밀리지 않기 위한 현지 재벌들의 물밑 작업이 한창이다.
비를라·암바니·타타·라헤자 등 인도의 내로라하는 재벌들이 소매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지난 수 개월간 아울렛 매장을 새로 오픈하거나 기존 소매업체를 인수하는 등 사업 확장에 열을 올렸다.
소매업 컨설팅업체인 테크노팩어드바이저스는 인도 소매시장이 2017년까지 7250억달러(약 830조원)로 현재보다 40% 이상 불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재벌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지난해 말 인도 정부가 여러 브랜드의 상품을 한 매장에서 판매하는 슈퍼마켓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최대 51%까지 허용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인도 정부는 소상인들의 생활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이유로 슈퍼마켓 형태의 해외 유통업체들의 자유로운 영업을 제한해왔다.
제한이 풀리면 월마트 테스코 까르푸 같은 글로벌 유통업체들은 인도 시장에서 자유롭게 영업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인도의 안방을 독점해온 현지 기업들에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대기업들이 사업 확장에 열을 올리고 전통적인 유통 방식에서 벗어나 슈퍼마켓화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A.T. 커니의 헤만트 칼백 아시아 소비자·유통 관행 책임자는 “인도 재벌들의 행보는 소비자 지향 산업을 향후 성장의 기반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분석했다.
다만 소매시장 개방을 둘러싼 정부 내 줄다리기는 여전한 상태다.
개방 반대파들은 소상인들의 생존 위협을 이유로 버티고 있어 정부가 개방 의사를 밝힌 지 7개월이 지나도록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노무라홀딩스의 소날 바르마 인도 이코노미스트는 “현재로선 아무런 합의를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케즈리왈 리서치의 아룬 케즈리왈 이사는 “시장이 개방되더라도 외국 기업들은 인도 기업과 제휴해 사업을 전개해야 할 것”이라며 “그래야만 인도 시장에서 모든 것에 대한 접근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