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이재용 사장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의 ‘가정교사’로 알려진 최지성 부회장이 지난달 8일 삼성그룹의 ‘넘버 2’ 자리인 미래전략실장에 기용됐다. 최 부회장이 그룹경영 전반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자리에 오르자, 재계 안팎의 관심은 이재용 사장의 경영권 승계시기가 언제가 될 지에 쏠렸다.
이재용 사장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문제는 삼성그룹 만의 문제가 아니라, 재계를 넘어 국가 전체적으로도 관심이 쏠리는 사안이다. 삼성그룹이 대한민국 사회에서 갖는 영향력 면에서 한국 경제계를 이끌어 나가는 인물들의 대대적인 세대교체라는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이재용 사장의 경영권 승계에는 ‘법’과 ‘돈’이라는 두 가지의 큰 변수가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삼성그룹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시나리오일 뿐이라고 일축하지만, 재계 안팎에서는 여전히 이 시나리오를 굳게 믿고 있다. 이 경우 이재용 사장이 그룹의 핵심사업부문인 전자와 금융부문을 승계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우선 이건희 회장의 지분에 대한 막대한 상속·증여세가 걸림돌이다. 이 회장은 재계 총수 가운데 가장 많은 주식보유평가액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 CXO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이 회장의 보유주식가치는 10조원이 넘는다. 이에 대한 상속·증여세는 각종 공제를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수조원대에 이른다.
공정거래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 일가가 단 0.95%의 지분율로 삼성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지만, 이 사장이 향후 경영권 안정을 위해서는 이 회장의 지분을 상속·증여받는 것은 불가피하다.
또 이 사장이 최소한의 지분 만을 상속·증여받고 삼성 계열사들이 이 회장의 보유지분을 매입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이는 총수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계열사들을 동원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재계 관계자는 “이 사장이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소요된다”며 “이 사장이 최대주주(개인자격)로 있는 삼성SDS의 상장설이 꾸준히 나도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또 최근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경제민주화 주장도 향후 이 사장의 경영권 승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경제민주화 내용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지만 ‘재벌의 지배구조 개혁’이라는 원론적인 공감대는 형성한 만큼 현재의 재벌그룹 지배구조가 변화할 개연성은 그 어느 때 보다 높다.
순환출자금지의 경우 민주통합당의 주장인 ‘3년내 전면해소’가 관철될 경우 삼성그룹은 지배구조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과 함께 수십조원의 비용이 소요된다.
특히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가 주장한 것처럼 삼성그룹은 최다법인 출자자를 금융지주회사로 만드는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으로 삼성그룹이 삼성금융그룹과 삼성전자그룹 등으로 쪼개는 둘로 나뉘어질 경우 이 사장은 그룹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영향력을 잃게 된다.
하지만 당분간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변경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대체적인 시각이다. 시민단체와 정치권이 삼성그룹에 대한 지주회사 전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20조원 이상의 현금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되는 지주회사체제 전환작업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