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을 위한 금리 10%대 대출상품 출시 여부를 놓고 금융감독원과 시중은행들이 이견을 보이고 있다. 권혁세 금감원장은 ‘금리 단층 해소’를 내세우며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상품을 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은행에서는“기존 서민대출 상품을 도외시한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권 원장은 최근 가계부채 규모가 큰 시중은행의 부행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10%대 대출금리 상품을 모색해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구체적인 상품의 성격과 혜택 받을 수 대상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권 원장이 10%대 대출상품 출시를 강조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간 대출 금리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현재 시중은행이 취급하고 있는 신용대출의 평균금리는 6~9% , 저축은행의 경우 20%를 상회한다. 1금융권에서 도움을 받지 못하는 대출자들이 자격 미달로 2금융권으로 향할 경우 대출금리 대한 부담감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는 게 요지다.
그러나 은행 관계자들은 대출 금리 인하에만 초점을 맞춘 상품은 자칫 가계부채 부실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A은행 관계자는 “현재의 가계부채 문제는 대출금리 뿐만 아닐 대출자들의 상환 능력에도 있다. 아무리 저금리의 대출을 받았다고 해도 갚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냐”며 “대출금리 인하로 금융취약 계층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단편적인 시각”이라고 말했다.
또한 기존에 제공되고 있는 서민대출 상품 3종(햇살론, 새희망홀씨, 미소금융)과 차별화되는 대출 상품을 기획하는 것이 어렵다는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권 원장의 10%대 대출 상품 발언 이후 금감원은 구체적인 계획없이 은행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등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햇살론 등 서민대출상품기준을 완화한다거나 리모델링한다면 충분히 권 원장의 취지를 수용할 수 있는 상품 역할을 할 수 있을 텐데 ‘신상품’만 고집하고 있어 난감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B시중은행 관계자는 “정책적인 측면이 커서 그런지 금리 10%대만 거론됐을 뿐 어떤 콘셉트인지 모호하다”며 “만약 상품이 나온다면 개별 은행들은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연합회를 중심으로 은행권 공동으로 추진하는 방향도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