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운용상품, 은행 전체 예금의 12%와 맞먹어…수요 둔화 시 상환 문제 우려
중국 예금자들이 최근 전통적인 예금에서 벗어나 자산운용상품에 투자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 중국 금융시스템에 새로운 리스크가 대두하고 있다고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중국 은행들은 비교적 리스크도 낮고 고수익을 보장해준다면서 고객들에 자산운용상품을 적극 권하고 있다.
이들 자산운용상품은 주로 머니마켓펀드(MMF)와 채권 등 다양한 상품에 투자되고 있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3월말 기준 중국의 자산운용상품 규모가 총 10조4000억위안(약 1890조원)으로 중국 전체 예금의 12%와 맞먹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010년 말에 자산운용상품 규모가 4조4000억달러였던 것을 감안하면 성장세가 매우 빠른 셈이다.
현재 중국 은행들은 자산운용상품에 연 4.5%의 금리를 제시하고 있으며 이들 상품의 만기는 보통 1~6개월이다.
중국의 3개월 만기 예금금리가 2.85%, 6개월 만기는 3.05%라는 것을 감안하면 금리가 높은 셈이다.
문제는 중국의 자산운용상품이 은행들이 선전하는 대로 리스크가 낮지 않다는데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은행들은 대부분 고객들로부터 자금을 받아 주로 해당 자산운용상품보다 만기가 긴 투자상품에 투자하고 있다.
고객들에게 약속한 금리를 확보하기 위해서 중국 은행들은 자산운용상품을 각각 독립적으로 관리하지 않고 여기서 유입한 자금을 모두 모아 금리가 높은 장기상품에 투자하고 있다.
만기가 돌아오면 은행들은 고객들이 해당 상품에 계속 투자하도록 설득하거나 새로운 상품 판매로 들어온 자금으로 상환했다.
그러나 이런 전략은 고객들의 수요가 둔화할 경우 상환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피치의 샤를린 추 중국 은행 신용평가 담당은 “주식시장의 반등 등 자산운용상품 수요를 줄일 만한 일들이 발생하면 은행들이 상환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고객들에 자산운용상품이 손해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리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WSJ는 지적했다.
저축의 80%를 자산운용상품에 넣고 있는 한 고객은 “은행이 제시한 서류의 약관을 한줄 한줄 읽어본 적이 없다”면서 “아직까지 내가 투자한 상품들의 수익률이 비교적 괜찮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1일 은행들이 자산운용상품의 약관에서 발생 가능한 리스크를 자세히 설명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은행들이 설명을 충분히 하지 않으면서 불완전판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 은행들은 자신들이 어디에 투자하는 지를 밝히고 있지만 MMF와 회사채 등에 각각 얼마씩의 자금을 넣고 있는지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