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가 우리금융지주 인수·합병(M&A) 참여로 방향을 선회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현 정권 하에 어떻게든 우리금융을 민영화시키겠다는 불도저식 밀어붙이기가 배경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5월 기자들과 만났을 때 “우리금융 인수에 관심이 없다. 우리금융 인수·합병(M&A)을 연구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달여 만에 M&A 참가로 방향을 바꿨다는 정황이 나타나고 있다.
민병덕 국민은행장은 지난 22일 노조와의 면담에서 “직원들의 큰 반대가 없다면 우리금융을 합병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 어 회장도 같은 생각”이라고 전달했다.
배경의 무게추는 우선 금융당국의 압박에 실린다. 우리금융 민영화 추진은 MB정권에서만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두 번의 민영화 작업에서 김 위원장은 “인수할 만한 적임자가 있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결과는 모두 수포. 김 위원장은 자존심을 구겼다. 공염불을 외친다는 정치권의 비판도 받았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이 이번 우리금융 민영화에서는 국내 대형 금융지주를 참여시켜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포석을 둔 것이란 해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KB금융이 영업정지 저축은행 인수를 하지 않는 대신 우리금융 인수에는 어떻게든 참여해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압박이 있었다는 소문이 오간다”고 말했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은 KB금융의 M&A 참여에 대해 거부감을 보였다. 그는 25일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우리금융프런티어스쿨’ 입학식 행사 후 본지와 만나 “KB금융과의 합병도 시너지는 있다고 생각하지만 시기와 방법은 더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국내금융회사와의 합병) 자체가 나쁠 것은 없지만 우리금융이 세계 랭킹 70위권라고 보고 경제규모를 봤을 때 40위~50위권 정도로 들어가야 된다”며 “가능하다면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이 해외에서 금융회사들을 M&A해 키우는 것이 글로벌 시대에 맞다”고 말했다.
한편 KB금융은 우리금융 인수와 관련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추진되거나 정해진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지난 22일 민 행장이 노조와 나눈 대화와 관련해서는 “‘만약 모두가 찬성한다면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느냐?’는 식의 의견을 물어본 수준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