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중소기업 상생보증부 대출’이 전시용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중소기업 지원 방안책으로 마련됐지만 대기업들의 소극적인 자세와 개선이 필요한 적용 기준이 장애요인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대기업·중소기업 상생보증대출 보증금액은 10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제도 도입초기 2009년 말의 4775억원 규모와 비교했을 때 턱 없이 낮은 수치다.
이에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중소기업 현장 방문을 통해 “2차, 3차 어려운 기업들을 생각해서 (상생대출이) 디자인됐는데, 현실에선 1차 협력업체, 자금사정이 양호한 곳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은행들을 질타한 바 있다.
문제는 은행권이 아닌 상생대출에 적극적이지 않은 대기업과 현재 경제 상황에 적용하기 어려운 3년 전 내용에 머물러 있는 제도에 있다.
대기업-중소기업 상생보증부 대출은 대기업과 은행이 50대 50으로 신보와 기보에 특별출연해, 이를 바탕으로 두 기관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대기업들의 협력업체들에게 보증을 서는 프로그램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직후 경영이 어려워진 중소기업들은 저마다 보증대출을 신청해 도움을 받았다. 그러나 2010년에 들어서면서 위기를 극복했다는 판단하에 대기업은 경영이 어려운 중소기업을 추천하는 횟수를 줄였고, 출연금 또한 확대하지 않았다.
대기업들은 상생보증부 대출에 지원하는 출연금의 총액을 한꺼번에 내놓는 것이 아니라 각 보증기관에서 한도를 채워 추가 출연금을 요청했을 때 분할출연하도록 돼 있다. 중소기업을 추천하는 대기업이 줄어들면서 보증기관들이 협력업체들을 지원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고 결국 상생보증 대출은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된 셈이다.
또한 이미 보증부대출을 받은 중소기업이 이번 유럽위기로 또 다시 경영난을 겪게 될 경우 재신청을 하는데도 한계가 발생한다. 한 개 기업당 지원한도 금액 기준이 설정돼 있기 때문에 이미 한도 내 지원을 받은 중소기업은 상황이 다시 어려워지더라도 다시 지원받을 수 없는 것이다.
이에 은행권에서는 대기업-중소기업 상생보증부 대출 활성화를 위해 다각도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요새 경영난을 겪고 있는 영세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상생보증부 대출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며 “지금 적용되고 있는 기준을 개선해 중소기업 침체를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은행들과 협의를 통해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고 현재 상황에 맞는 대책을 모색하겠다는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존에는 대기업 추천만 받았는데 경영난을 겪는 중소기업은 은행들이 더 잘 안다는 의견을 수렴해 신청창구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유도하면서 실질적으로 수요가 있는 중소기업이 수혜를 받을 수있도록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