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설립, 회원사 60곳…올 예산 118억원 직원은 48명
이 친구는 1998년생. 올해로 열네살 밖에 안됐다. 사람으로 치면 중학교 1학년이다. 초등학교를 벗어난 중학교로 진학할 때 드는 고민이 “이제 공부가 더 어려워지려나, 학원은 몇 개나 다녀야 되는 거지, 새 친구들과는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까” 등일 것이다.
여신금융협회의 상황이 꼭 이렇다. 할일이 많아지는데 몸은 하나다. 주위의 기대치는 높아지는데 모두 만족시키긴 어렵다. 그렇기에 올 2월 국회를 통과한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 시행령 마련 작업이 중요하다. “나도 이제 어른이다. 지나친 간섭은 필요없다”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여신금융협회의 설립 년도가 20세기의 끝무렵인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바로 신용카드. 1997년 신용카드업법이 여신전문금융업법으로 바뀌었다. 이전까지 우리나라 민간소비에서 신용카드가 사용되는 비율은 미미했다.
그러나 여전법이 만들어지면서 가맹점이 카드결제를 거절(의무수납제)하거나 현금결제보다 높게 가격을 책정(가격차별금지제)하지 못하도록 했다. 정부가 여전법을 제정한 명목은 세수 투명화였다. 카드 사용은 크게 늘면서 여신업계 공통의 목소리를 담아낼 그룻의 필요성이 커졌다.
지난 5월 말 기준 여신금융협회에 가입된 회원사는 모두 60개사(신용카드 7, 리스사 24, 할부금융사 18, 신기술금융사 11)다. 금융위원회에 등록된 여신전문금융기관 64개사(신용카드 7, 리스사 27, 할부금융사 18, 신기술금융사 12) 중 94%가 협회에 가입돼 있다.
최근에는 대형 가맹점이 카드사에 부당한 요구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여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여신금융협회에 쏠리는 눈길이 많아졌다. 법의 포퓰리즘 여부를 떠나 이미 통과된 법. 시행령 마련을 위해 연구기관들과의 업무 조율, 업계 목소리 대변 등에서 협회의 역할은 커졌다.
여전법 개정안 시행령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영세가맹점과 대형가맹점을 어떤 기준으로 나눌지, 대형가맹점의 수수료를 어떻게 올릴지다. 여신금융협회는 이 같은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특별팀에 참여하고 있다. 특별팀은 금융위원회, 학계, 카드사 등으로 구성돼 있다. 6월 말경에 최종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함정식 여신금융협회 조사연구센터장은 “금융위가 대형가맹점과 영세가맹점을 어떻게 나눌지 등의 기준을 정하는데 있어 업계의 목소리를 담은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며 “협회는 여신 쪽 업무와 관련해서 정부의 자문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여신금융협회는 최근 굴직한 사업들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신용카드 포인트를 한데 모아 조회할 수 있는 통합조회시스템을 개설했다. 가맹점의 매출정보 통합조회시스템도 만들었다. 지난해 8월에는 대출직거래 장터를 만들어 직접 운영하고 있다. 대출직거래장터란 캐피탈사의 대출 상품을 이용하려는 신청자에 인터넷을 통해 여러 캐피털사가 금리 등 대출조건을 제시해줌으로써 스스로 최적의 조건을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여신금융협회의 2012년 예산은 118억원이다. 모두 회원사들의 회비를 통해 구성된다. 여신금융협회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모델이 없는 탓이다. 회비의 5분의3 정도는 7개 카드사가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할부금융사 중에서는 직원이 10명 안팎의 회사도 많아 회비 납부 비중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