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이어 차량기지 회수" 공기업 윽박지르기 양상
KTX 민영화(민간 경쟁체제 도입)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경쟁체제 도입이 뜻대로 되지 않자 코레일 손 봐주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특히 밀어붙어기식으로 무리하게 코레일 무장 해제에 나서면서 요금인하는 커녕 자칫 대형사고만 불러 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11일 국토부와 코레일에 따르면 정부는 KTX민간 경쟁체제 도입의 사전 정지작업의 일환으로 전국 435곳 역사에 이어 23곳 차량기지 까지 단계적으로 국가 소유로 회수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차량기지는 차량을 정비하고 차고지 역할을 하는 핵심 시설로 서울 구로, 경기 고양 등 전국에 23곳이 있다. 모두 정부가 현물(現物) 출자한 시설로 대략 3조원 규모다.
이를 두고 국토부는 KTX민간 경쟁체제 도입을 위한 사전 작업일 뿐이라며 의미를 애써 축소하고 있다. 특히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코레일이 앞으로 유지보수 업무에서 손을 떼고 오직 철도 운영에만 집중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는 설명이다. 적자사업을 정부에 넘기고 돈버는 일에만 몰두하면 되기 때문에 오히려 부채가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검토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본 건 아니다”라면서도 “앞으로 적자 노선에도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 민간과 코레일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라도 공공성이 강한 시설은 국가로 환수하는게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업계는 정부의 비겁한 꼼수로 보고 있다. KTX경쟁체제 도입을 위해 정공법을 택해야하는 국토부가 사업이 진행되지 않자 코레일을 윽박지르고 있다는 의심을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특히 차량기지 회수 등 강제성이 강한 방식으로 밀어붙인다고 해서 ‘가격 인하가 가능할까’ 라는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실제로 민간 경쟁체제를 도입하더라도 탄력요금제 등 사실상 가격 인상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장치가 얼마든지 있다는 지적이다. 영국의 경우도 민영화 이후 민간이 특실요금, 성수기 특실배정 증가, 수익성 기준 열차 간격 조정과 배정 등의 등 각종 제도를 통해 사실상 요금을 올린 사례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운영과 유지보수 주체가 분리되면 대형사고 가능성이 커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철도산업은 특성상 궤도, 차량, 신호, 통신 등이 집약되고 유기적으로 통합돼야 하는데 시스템이 이중으로 따로 관리될 경우 의사소통의 불일치, 사고 등 비상 상황시 대응이 더 어려워진 다는 것이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연말까지 사업자를 선정한다고 해도 수서발 KTX운영까지는 2년 밖에 남지 않는다. 그 사이에 철도운영 사업에 첫발을 내디딘 민간 사업자가 안전관련 사항을 모두 완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