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산부인과의사회에 이어 대한산부인과학회도 응급피임약의 일반약 전환에 강한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나섰다.
산부인과학회는 4일 “당장 편리함을 추구하다간 결국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것”이라며 “정부가 응급피임약을 일반약으로 전환할 경우 강력히 대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응급피임약은 정상적인 피임방법과 달리 피임 실패율이 15%로 높아, 원치 않은 임신과 낙태율 감소에 효과가 없음이 이미 여러 나라에서 입증되고 있다는 게 산부인과학회의 주장이다. 학회에 따르면 2000년 사후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한 노르웨이는 이후 판매량은 30배 증가했으나 낙태율 감소효과는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응급피임약을 누구나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게 되면 일반인들이 사전 피임을 소홀히 할 가능성이 높아져 낙태 위험이 증가하고 콘돔 사용의 감소로 성병이나 여성 골반염 등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오남용 우려가 높은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할 경우 전문약으로 관리해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자는 의약분업의 취지를 정면으로 훼손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의약품 오남용 문제도 지적됐다. 산부인과학회는 “응급피임약은 일반피임약 보다 호르몬 함량이 10배나 많은 고농도의 호르몬제로 WHO(세계보건기구) 통계에 따르면 출혈, 복통, 두통 등 심각한 부작용이 뒤따르는 것으로 보고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식약청이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재개해 이같은 의료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적극 반영해야 한다”며 “국민들이 응급피임약의 사후 피임 효과에 대해 그릇된 환상을 가지지 않도록 대국민 교육 및 홍보를 지속적으로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