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생산·소비·수출입 동반 추락…외환보유고마저 감소
글로벌경제에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선진국들의 동시다발적 위기를 의미)이 발생하면서 한국경제에 적신호가 커졌다.
유로존 재정위기로 미국과 중국의 실물경제로 까지 전염되면서 하반기 한국경제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석 달 연속 수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고, 제조업 생산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빚에 억눌린 가계의 지갑도 좀 처럼 열리지 않고 있다. 소비심리 악화로 내수 역시 바닥이다.
한국정부가 기대했던 3% 후반대의 성장률은 IMF·OECD 등이 우려했던 것 보다 더 악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감이 끊이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최악의 경우 2%대 후반까지도 각오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 수출·생산·소비·외환보유고까지 감소 = 문제는 하반기 경제에 기대를 걸었던 한국이다. 유럽발 쇼크에 따른 미국과 중국, 신흥국으로 이어지는 실물경제 악화는 우리나라에도 그대로 전이되고 있다.
수출은 지난 3월부터 연속 3개월 마이너스 성장을 면치 못하고 추락했다. 올해 수출 증가율은 1월 -7.3%, 2월 20.5%, 3월 -1.4%, 4월 -4.7% 5월 -0.4%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4월 산업활동 지표에서 전체 산업생산 동향을 보여주는 전 산업생산 증가율은 전월 대비 보합세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 2월 1.3%, 3월 -1.2%, 4월 0.0%로 올해 들어 소폭 오르내리는 데 그치고 있다.
내수 부문도 비슷한 상황이다. 소매판매는 올 2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5.4% 늘어났으나 3월과 4월 각각 0.1, 0.4% 증가에 그쳤다. 설비투자역시 2월 24.4%로 급격히 늘어났으나 3월 1.5%, 4월 5.0%로 상승폭이 줄어들고 있다.
그나마 고용상황이 나아지긴 했으나 제조업 취업자수는 9개월 연속 감소한 점은 제조업 경기가 그만큼 좋지 않다고 해석할 수 있다. 4월 취업자수는 2475만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만5000명 증가했다.
2002년 이후 최초로 취업자가 7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40만명 이상 증가했지만 제조업 취업자수는 402만7000명으로 광공업생산 및 수출둔화 등으로 작년 같은 달에 비해 8만명이 줄었다.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전월 대비 0.2%p 하락했고, 향후 경기국면을 예고해주는 선행지수 는 전월과 동일했다. 향후 경기가 ‘상저하고(上低下高)’가 아닌 ‘상저하저(上低下低)’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끊이질 않는 이유다.
올 상반기 꾸준한 증가세를 기록했던 외환보유액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 5월 말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사상최대치를 기록한 전월 보다 59억7000만 달러가 줄어든 3108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감소폭이 지난해 9월(전월 대비 88억1000만달러) 이후 최대다.
◇ 정부“현재 추경 논의할 상황 아냐”= 유로존 위기가 선진국 신흥국 할 것 없이 실물경제로 전이되면서 정부는 향후 경제운영 방안을 놓고 갈피를 못잡고 있다. 여전히 “(유럽상황을)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위기 대책이 아니라 ‘활력 성장’ 카드를 먼저 꺼내들었다. 비상대책으로 99조원으로 예정된 올해 정부 기금 사용규모를 1~2조원 늘리고 불용예산을 경기부양에 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박재완 장관은 “지금 추경을 할 상황은 아니다”라면서 “정부가 운용하는 기금들 중에서 경기상황에 대응해서 행정부가 자체로 증액해 중소기업과 수출기업 등에 좀 지원 늘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