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기업 무차입경영 사상 최다…유럽 불안 경계
유럽 재정위기가 심화하면서 일본 기업들이 방어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자체 조사 결과 지난 연말 기준 3383 상장사의 49.7%인 1681사가 무차입 경영을 실현했다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1년 전보다 35사가 증가한 것으로 이로써 무차입 경영 기업 비율은 2년 연속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지난 2000년 무차입 경영을 실현한 기업은 3사 중 불과 한 곳 뿐이었다.
일본 기업들은 유럽의 재정위기가 경제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을 경계해 재무 개선을 서두르고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사업 환경이 한층 악화할 가능성과 향후 성장에 대비한 투자 기회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코니카미놀타의 경우 2011 회계연도에 처음으로 무차입 경영 기업이 됐다.
매출 중 유럽 비중이 20%가 넘는만큼 경기 둔화에 대한 대비책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중견 전자기기업체 안리츠는 23년 만에 무차입 경영을 실현했다.
부채에 대한 보유자금 초과액은 작년 말 현재 25조엔(약 380조원)에 이르렀다.
실적 악화로 고심하는 닌텐도조차 부채가 없다. 보유자금은 1조엔에 가깝다.
세계 1위 수치제어(NC)기기업체인 화낙도 부채가 없는데다 3월 말 시점에서 보유자금은 6370억엔이었다.
이는 1년 전보다 9% 늘어난 수치다.
화낙은 생산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증산을 위한 투자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기업들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에도 수중에 자금을 두둑히 모아뒀다.
위기 때일수록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계태세를 강화하는 것이다.
기업들의 무차입 경영은 해외 인수·합병(M&A)을 가속화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올들어 지난달까지 일본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액은 340억달러에 달했다.
연간 사상 최대였던 작년의 840억달러를 추월할 기세다.
과거 일본 기업의 해외 M&A는 상징적인 의미가 강했지만 최근에는 국내 수요 축소와 경기 침체에 따라 생존을 위한 몸부림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