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말과의 키스?’...명마 탄생의 숨은 일꾼 ‘마필관리사’

입력 2012-06-01 09:38수정 2012-06-01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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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시행의 숨은 주역 마필관리사... 경주마 훈련에서부터 ‘사양관리’, 마방 청소까지

▲전창현 수석마필관리사가 말과 키스하고 있다.

“각설탕 키스라고 아세요? 저와 이 녀석은 이런 사이죠”

결승점을 향해 먼지를 일으키며 박진감 넘치게 질주하는 경주마, 뒤이어 터지는 수많은 관중의 환호성. 경마공원 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그러나 이러한 화려한 모습은 말을 길들이고, 훈련시키고, 관리하고, 레이스를 준비하는 마필관리사들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경주마에게 거침없이 각설탕 키스를 전하는 이 사람. 이 닭살커플의 주인공은 서울경마공원 34조 수석 마필관리사 전창현씨(52세). 그가 이곳 서울경마공원에서 마필관리사로 일한 지도 20년째. 말과 함께 하기에 행복하다는 그는 지난 1993년 마필관리사로 입사해 지금은 프로야구의 코치격인 수석 마필관리사를 맞고 있다.

그는 누구보다 능숙하고 노련한 솜씨로 말을 다룬다. 말들도 그의 숙련된 관리에 익숙하게 몸을 맡긴다. 외부반응에 극도로 민감한 말들임에도 털을 깎고 앞머리를 자르고 갈기를 손질하는 그의 손길에는 순한 양이 된다. 경주마를 세심히 챙기는 그의 모습에는 자식의 돌보는 어머니의 따듯함이 베어나는 듯하다.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직업인 마필관리사는 이제 갓 목장에서 들여온 어린 말들을 뛰어난 경주마로 만드는 숨은 일꾼이다. 경주마 훈련에서부터 사료를 먹이는 ‘사양관리’, 말이 생활하는 마방의 볏짚 교체 등 청소를 하는 ‘구사관리’, 말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목욕을 시키는 등의 ‘보건관리’, 말 발굽을 관리하는 ‘장제관리’ 등을 책임진다.

관람객이 말의 상태를 볼 수 있도록 예시장에 선보인 다음 경주로까지 데려다 주는 것도 이들의 일이다. 또 경주가 끝나면 마방으로 데려와 마사지·목욕 등을 하는 수장작업과 마무리 운동 등을 시키기도 한다. 보통 마필관리사 한 명이 세 마리 정도의 경주마를 돌보며, 경주마 훈련의 60~70%를 마필관리사가, 나머지는 기수가 담당하게 된다.

경마공원의 새벽은 숨 가쁘게 돌아간다.

관리사들이 출근해서 밤새 별 탈은 없는지 말들의 상태를 살핀 후 마방을 청소하고 깔짚을 새로 깔고, 사료 급식후 장구를 정비하고 훈련을 시작한다. 밤새 움직이지 않은 말의 근육을 풀어주고 경주에 나가서 제대로 뛸 수 있게 조교(훈련)를 한다. 새벽 훈련 후에는 마필 관리사들은 파트별로 마필수장 및 장제, 보건, 사양관리 등을 실시한다. 말의 상태에 따라 일광욕을 시키거나 피부관리, 발굽관리 등 개체별 관리를 한다.

오후 1시부터는 경기 출전마를 위주로 외승을 나가거나 원형마장에서 미흡한 훈련을 보충하고 신마들의 순치훈련도 이어진다. 그렇게 바쁘게 마방과 경주로를 오가다 보면 어느새 시계는 퇴근 시간인 3시를 가리키고 있다.

마필관리사는 경주마와 5년 정도를 같이 보낸다. 처음 목장에서 온 2세 말을 받아 조련해서 경주마로 만들고 이들이 무리 없이 1군까지 올라가서 은퇴할 때가 되면 7세가 된다. 이 기간 동안 길들이기에서 조교 훈련까지, 사료 주는 것에서 배설물을 치우는 것까지가 모두 마필관리사들의 몫이다.

마필관리사와 말 사이의 관계는 서로간에 신뢰가 형성될 때까지 마필관리사가 말의 통제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공포나 고통이 아닌 존중을 기반으로 관계가 형성되돼야 한다. 마필관리사가 말에 대해 불안해하면, 말은 관리사를 깨물거나, 뒷발질로 관리사를 놀리며 시험하려 한다.

500kg에 달하는 경주마는 사람보다 5~6배는 무거워 사람의 힘만으로는 이겨내지 못한다. 경주마가 관리사를 겁내서가 아니라, 관리사가 시키는 것을 기꺼이 하고 싶어서 일을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때문에 마필관리사는 말에 대한 애정도 각별하다. 경력이 많은 마필관리사는 말과 소통할 수 있다고 한다. 배가 고파서 우는 소린지, 아파서 우는 소린지 알 수 있다고 한다.

전창현 수석 마필관리사는 “말을 관리한다는 것은, 말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공급하는 책임을 떠맡는 것이다. 이것을 적절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말의 생리를 잘 알아야 한다”며 “경주마의 건강과 운동원리에 대해 늘 공부해야 하고 각종 장비와 마구를 어떻게 사용해야 말이 다치지 않는지도 알아야 한다”며 말이 행복해야 경주에서 더욱 알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마필관리사의 꿈은 조교사

마필관리사들은 일정한 과정을 거쳐 조교사가 될 수 있다. 현재 서울경마공원의 50여명의 조교사 가운데 50% 정도가 마필관리사 출신. 마필관리사가 되고 난 후 2년이 지나면 마필관리사 직무교육 과정을 거처 경주마를 훈련시킬 수 있는 조교승인 자격시험을 볼 수 있다. 이 자격을 취득하고 1년이 지난 후 다시 6개월 과정의 조교보후보생 양성과정 교육을 받고 조교보 시험을 본다. 조교보는 조교사의 업무대행자다. 조교보 자격을 딴 후 8년이 경과하면 마사회에서 시행하는 조교사 시험에 응시할 자격이 주어지고 이것을 통과하면 조교사가 될 수 있다.

▲마필관리사 채용

조교사와 근로계약을 맺은 마필관리사는 경주마를 길들이고, 관리하고, 경주출전 세세한 부분을 준비한다. 서울경마공원에는 450 여명, 부산경남경마공원에는 230여 명의 관리사가 활동하고 있다.

일반목장이나 승마장의 마필관리사가 되는 데 필요한 자격증은 없다. 직접 말을 타고 훈련을 하게 되므로 체중이 많으면 말한테 무리를 줄 수 있으므로 입사 때 체중제한을 두기도 한다. 또 나이가 너무 많으면 체중조절이 어렵고, 근육이 굳은 상태라 말을 타기에 적합하지 않아 나이를 제한하기도 한다.

마필관리사의 채용과정은 서울경마공원과 부산경남경마공원이 조금 차이가 있는데,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는 김해생명과학고등학교 등 마필관련학과 출신 학생과 민간목장에서 마필관리 유경험자들이 조교사와 개별 근로계약을 맺고 일정 기간 마사 실습, 마학 입문, 경마 법규, 경마 상식, 조배치 실습 등의 기초교육을 마치고 관리사로 활동하게 된다. 서울경마공원은 마필관리사는 마필관리사 후보생에 지원해 시험을 통과한 뒤 기초교육을 수료한 다음 최종시험을 거쳐 입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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