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금융’ 허와 실]신체포기 각서·유흥업소 팔려가고…현실은 더 잔혹

입력 2012-05-30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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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화차’ 속 불법 채권 추심

‘화차’란 지옥으로 가는 마차를 뜻한다. 올 초 개봉해 100만 관객을 끌어모은 이 영화는 신용의 덫에 걸려 자본의 지옥에 빠진 한 여자의 비극적 인생을 그리고 있다.

여 주인공 김민희(극중 차경선)의 반라 포스터로 개봉 전부터 영화팬들의 큰 관심을 모은 화차의 흥행요인은 살인이나 폭력이 아닌 자본에 대한 공포다.

아버지의 사채 빚을 유산처럼 떠안은 경선의 고통은 학자금대출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 전부터 신용불량자 위험에 빠지는 청년실업자나, 내집 마련을 위해 모기지론에 손을 빌리다 사채시장까지 다다르는 힘없는 가장들의 그것과 다름 없다.

문제는 가계빚 100조시대 다다르면서 이제 ‘경선’은 우리 주위에서도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실제 지난해 6월 기준 대부업 이용고객은 247만명, 대출금은 8조6361억원에 달한다. 2007년(89만명, 4조1016억원)과 비교하면 4년 만에 거래고객 수는 2.7배, 대출규모는 2.1배나 급증한 것이다.

금감원에 불법채권추심을 상담해 오는 건수도 늘었다. 제도가 처음 생긴 2009년 상담전화는 972건을 기록했다. 2010년 336건으로 다소 줄었들었으나 지난해에는 2174건으로 무려 547%나 급증했다.

이처럼 돈 없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불법 대부업자들의 채권 추심은 더욱 교활해지고 있다. 자본의 악순환이다. 최근 금감원에서 공개한 불법추심 사례를 보면 영화보다 더 잔혹하다. 2009년 등록금 마련을 위해 불법 사채업자로부터 300만원을 빌린 한 여대생은 돈을 변제하지 못하자 강남구 신사동 소재 유흥업소에 강제로 보내진다. 이 사실을 안 여대생의 아버지는 결국 딸을 목졸라 살해하고 자신도 저수지에서 목을 매 자살하는 비극적 결말을 낳았다. 사채업자로부터 생활비 명목으로 350만 원을 빌린 임신 5개월째 한 산모는 강제로 낙태를 당하고

노래방 도우미로 취업해 돈을 갚아야 했다. 자본논리로만 돌아가는 현 사회가 곧 ‘화차’인 셈이다.

사정이 이렇게 돼자 정부도 팔을 걷어붙였다. 정부는 불법사금융 척결을 위해 검·경, 금감원, 법률구조공단 등 1만1500명의 인력을 투입키로 했다. 단속 및 신고 대상은 이자제한법(최고이자 30%)과 대부업법(최고이자 39%)을 어긴 고금리 대출을 비롯해 불법채권추심, 대출사기, 불법사금융 광고, 보이스피싱 등이다.

또 신고자 서민금융지원 유도, 불법고금리·채권추심에 대한 법률상담과 소송을 지원키로 했다. 아울러 제도 개선을 통해 불법고금리에 대한 초과이익 전액 환수, 피해신고 빈발업체의 명단공개 및 현장검사, 불법대출광고 단속 등의 방안도 도입할 방침이다. 서민들이 금융범죄에 노출되는 위험을 사전에 막기 위해 미소금융과 바꿔드림론 같은 서민금융을 확대키로 했다.

지난 3월 서민금융 현장을 방문한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제도를 만들어놓고 많이 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현장에 와보니까 문제가 여전하다”며 “불법 채권추심으로 이용자들에게 고통을 안겨준 사금융에게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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