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전, 아빠가 초등학교 2학년 아이와 거실에서 TV를 시청하고 있다. 그러다가 아이에게 그동안 소원했던 감정을 해소하고자 말을 건넨다. “아들아, 점심먹고 아빠와 밖에 공 차러 갈까?”라고 하자 아이는 대뜸, “됐어요”라고 투명스럽게 말한다. 그리곤 불편한 기색을 보이며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그러자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들에게 무시를 당했다고 생각한 아빠는 다시 한 번 이야기를 하려고 아이의 방에 들어간다.
그러나 컴퓨터 게임을 하는 아이를 보자 이성을 잃고 흥분하며 “너는 왜 맨날 컴퓨터만 하냐?”고 다짜고짜 고함을 지른다. 그러자 그 말에 부담스러웠던지 컴퓨터를 끄고 이불속으로 몸을 가린다. 그 말을 하고 보니 즉시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아이는 가뜩이나 마뜩찮은 아빠에게 큰 소리로 야단을 맞으니 더욱 싫어졌으며 이젠 돌아 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신세가 되었다.
포포티의 법칙(4.40의 법칙)이란 바로 놀이의 속성에서 시간에 따른 한계상황을 말한다. 그 내용이란 신체놀이와 도구놀이 등 모든 놀이를 볼 때, 아이가 4살일 때 가장 많은 놀이를 할 수 있으며, 그 숫자가 해마다 40%씩 감소한다는 것이다. 이는 4살 때 1,000가지를 할 수 있으면, 5살 때는 600가지, 6살 때는 360가지를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초등학교 2학년 때의 놀이는 얼마나 될까? 100가지 남짓일 것이다. 이 법칙이 주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바로 아이가 어릴 때는 놀이가 무궁무진하므로 많이 놀아주라는 것이다. 거꾸로 해석하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별로 할 놀이가 없다.
그럼 왜 이 법칙이 생겨났을까? 그 이유는 아이의 키가 커지고, 몸무게가 무거워지고, 또한 떼가 그 원인이다. 놀이 중에서 손그네의 예를 보자. 3살까지는 아빠가 아이의 겨드랑이를 양손으로 잡고 쉽게 손그네를 할 수 있다. 그러나 4살이 되면 발이 바닥에 조금씩 닿게 된다. 그리고 5살이 되면 바닥에 많이 걸려서 하기가 매우 불편하다. 그러나 6살이 되면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아빠의 어깨 위에 아이를 앉히는 무등의 경우도 비슷하다. 3살짜리라면 하루 종일이라도 다닐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6살이 되면 5분만 지나도 어께가 뻐근하다.
그러므로 포포티의 법칙이 아빠에게 주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바로 어릴 때 많이 놀아주라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아빠들은 그 말은 알지만 그저 머릿속에만 저장만 할 뿐, 실천하고 있지 않다. 그런데 거기에는 바로 선입관이 있다.
1. 언제든지 놀아줄 수 있다: 아빠는 너를 사랑하니까 언제든지 놀아줄 수 있다. 그러므로 ‘아빠가 조금 덜 바빠지면 놀아줄게’ 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의 책임이라면 누구의 책임도 아닌 것처럼 마음속의 약속은 결국 그 안에서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만다.
2. 내일 놀아줄게: 이 말은 ‘아빠가 지금 매우 바쁘므로 너와 놀 수가 없다. 그러니 내일 놀아줄께’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말도 자꾸 반복해서 사용하면 결국 내일아빠가 된다. 늘 내일로 미루기 쉽다. 그 말의 의미는 결국 아이와 놀아주지 않는다는 의미다. 자기가 자신에게 내일로 최면을 걸기에 시간이 많아도 내일로 미루게 된다. 그러다가 아이는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이젠 아빠가 정말 놀아주려고 손을 내밀면 오히려 아이가 손사래를 치기 쉽다.
3. 당신이 놀아줘. 나중에 내가 많이 놀아줄게: 이 말은 남편이 돈을 벌기에 너무 바쁘므로 아내에게 당분간 아이와 많이 놀아주라는 정중한 표현이다. 물론 돈을 버는 것도 때가 있다. 하지만 아이와 놀아주지 않다가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놀아주려고 하면 오히려 부담스러워하며 아빠에게 다가가려고 하지 않는다.
그럼 아빠들이 어떤 방법으로 포포티의 법칙을 활용해야 유익할까? 이 질문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선(flow)과 점(stock)으로 설명할 수 있다. 점은 하나의 위치를 나타내지만 그 점이 연속으로 모이면 선으로 발전한다. 바로 아이와의 놀이는 선이 되어야 한다. 이 말의 의미는 아이와 짧게라도 자주, 매일 놀아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사람의 관계에서도 이 사례는 적용된다. 이웃사촌과 먼 친척이 있다. 그러면 당연히 이웃사촌에게 더욱 많은 정을 느끼게 된다. 혈연관계에서는 사촌이지만 1~2년에 한번씩 보면 그저 친척일 뿐이지 이웃사촌보다 못한 존재가 되기 쉽다. 이것을 놀이에 대입해보자.
아빠가 한 달에 한 번씩 놀아주는 것과 매일 놀아주는 것은 아이의 입장에서는 하늘과 땅차이이다. 그러나 아빠들도 할 말이 있다. 돈을 버느라고 바쁜데 어떻게 매일 아이와 놀아줄 수 있냐고 항변한다. 그렇다. 정말 바쁜 아빠라면 아이와 매일 놀기가 어렵다. 그러나 아이의 입장은 다르다. 그저 매일 아빠와 그 무언가 교감을 갖고 싶어한다는 점이다. 매일매일 아빠와의 어떤 만남을 원한다. 그 구체적인 해결책은 이미 지면을 통해서 공개했듯이 매일 셀프놀이, 웰빙놀이, 취침놀이 등을 적절히 응용하면 그 고민은 저절로 해결된다.
모든 아빠들은 아이를 사랑한다. 그런데 사랑하는 것과 사랑을 주는 것은 다른 로고스다. 생각으로만 많이 놀아주어야 겠다고 결심하는 것은 그저 결심이며 놀아주지 않는 아빠일 뿐이다. 그것은 그저 짝사랑의 형태이다. 그러나 그 마음이 전달되기 위해서는 행동이 필요하다. 그러면 저절로 어떤 형태로든 상호작용이 일어난다. 바로 사랑하는 마음과 결심, 그리고 실천궁행이 이루어지면 놀이다. 그런데 놀이에는 매직이 있다.
자주 놀아주는 아빠에겐 놀이란 점점 여반장과 같이 쉽고, 더욱 더 놀이가 재미있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자주 놀아주는 아빠에게 아이는 너무 편한 상대이다. 그러므로 굳이 놀아달라고 채근하지 않는다. 그저 곁에만 있어도 기분이 좋고,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놀이가 될 수 있고 행복하다.
포포티의 법칙의 사회심리학적인 의미란 너무 늦지 않게 아이와의 놀이를 시작하라는 점이다. 아이가 부모의 품을 떠나기 전에 시작하라는 말이다. 이 법칙의 최대의 수혜자는 3세 이하의 아빠들인데, 지금부터 시작하면 수많은 놀이를 마음껏, 자유자재로 하면서 많은 행복을 누릴 수 있다. 또한 미취학 아이들이 있다면 당장 시작하자. 마지막으로 초등학교 저학년이라면 만사를 제쳐주고 시작해보자.
우리의 삶이 소중한 이유는 매 순간이 한 번뿐인 인생이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금은 바로 ‘지금’이다.
-글:권오진/아빠학교 교장
-"놀이가 최고의 교육입니다" 키즈타임(www.kiztim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