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수가제 정면 충돌…국민건강 어떡해

입력 2012-05-22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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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7월 확대시행 예정대로, 희사협 반발 거세…진료공백 우려

오는 7월부터 확대 시행되는 포괄수가제(DRG)를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간의 갈등이 심상찮다. 7개 질환 시술에 대해 미리 정해진 비용만 내는 포괄수가제 시행이 코앞이지만 정부와 의료계는 극명한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다. 의사협회는 ‘의료서비스 질 저하’ ‘의원 경영악화’ 등을 명분으로 거세게 반발하고 있지만 정부는 “예정대로 시행한다”며 강경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올 7월 병·의원급, 내년 7월 전 의료기관 확대시행 = 포괄수가제는 오는 7월 병·의원급을 시작으로 내년 7월부터는 종합병원급 이상의 전체 의료기관에 의무적용된다.

이 제도가 적용되는 7개 질병군은 맹장·탈장·치질·백내장·편도·제왕절개·자궁제거 등이다.‘포괄수가’란 행위·치료재료·약제비가 모두 포함된 진료비를 말한다. 포괄수가제가 적용되면 사전에 정해둔 일정액의 진료비를 건강보험공단이 의료기관에 지급한다.

진료행위마다 비용를 내야 하는방식에서 벗어나 비급여 항목이나 진료량에 상관없이 사전에 정해진 진료비만 내면 된다. 백내장 수술 비용이 100만원으로 책정될 경우 몇 차례 진료를 하든 무슨 렌즈를 사용하든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수수는 100만원으로 제한된다.

정부는 1997년 맹장수술을 시작으로 2001년까지 자연분만, 맹장수술, 백내장수술, 제왕절개, 치질수술 등 발생빈도가 높은 7개 질병군에 시범적으로 포괄수가제를 적용했다. 그러다 2002년부터 의료기관 자율에 맡겼다. 현재 동네의원 86%, 중소병원 40%가 포괄수가제를 적용중이다.

기존 행위별수가제는 검사나 시술을 할 때마다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과잉진료에 따른 국민 의료비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포괄수가제의 전면 시행 필요성이 제기됐다.

◇과잉진료 방지책 VS 의료서비스 질 저하 = 복지부는 포괄수가제를 도입하면 불필요한 처치나 처방이 줄어들어 과다한 의료비 지출을 막고, 건강보험 지속 가능성도 보장된다는 입장이다.

2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건강보험심사평과원 주최로 열린 포괄수가제 지불제도 국제 심포지엄에서 배경택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2010년 한 해에만 건강보험 적자가 130억원인 상황에서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위해서 포괄수가제 도입이 필요하다”며 “이미 DRG를 시행 중인 해외에서도 제도 시행 이후 의료의 질에 문제가 나타났다고 보고된 사례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해외에서도 DRG 지불제도에 대한 우수성이 입증되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독일 베를린 공대 라이하르트 부세 교수는 이날 “DRG 지불제도는 다른 지불방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료량을 적절히 유지하고 환자 회피 위험이 낮으면서 효율성, 투명성이 높은 제도”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정영호 대한병원협회 정책위원장은 의료의 질 저하에 대해서는 크게 우려하지 않지만, 경영측면에서의 부담은 있을 것이라 반박했다. 그는 "의사들은 수입에 따라 진료를 하지 않기 때문에 의료의 질 저하 부분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면서도 "하지만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자원을 관리하고 자원을 적절히 투입해야 하는 경영측면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괄수가제는 이미 합의된 사항…사후관리체계 논의 시급 = 대한의사협회는 22일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포괄수가제 의무적용 및 확대에 대한 반대입장을 다시 한번 피력했다. 아울러 정부의 포괄수가제 시행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심위)의 구조족 모순에 있다며 건심위의 개혁에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포괄수가제 확대 시행은 지난 2월 의협 등 의료계가 참여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이미 결정된 사항이어서 의사들의 집단 반발은 무책임한 처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준현 건강세상네트워크 환자권리팀장은 “복지부와 의료계가 사전에 충분히 이 제도의 시행여부에 대해서 논의를 해왔기 때문에 의협이 이제와서 번복하는 것은 무리”라며 “포괄수가제를 적용한다고 해서 의료서비스질이 낮아진다는 근거는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제는 포괄수과제 도입의 찬반을 보다는 환자와 의료계가 서로간의 신뢰를 회복하고 사후관리체계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울러 향후 7개 외 질병으로 확대될 경우 포괄수가제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세부 서비스별 표준화된 수가산정, 고비용 서비스의 별도 보상 등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크다.

의료계 관계자는 “제도 도입을 계기로 적정 수가, 진료 자율권, 전문과목간 균형수가 등을 병·의원의 현실에 맞게 제도를 수정하는 방향으로 대화나 협상을 통해 재정립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용어>

포괄수가제(DRG)는 입원 일수, 주사 및 검사 종류 및 횟수 등 제공된 서비스 양에 관계없이 미리 정해진 일정금액을 지불한다. 개별 진료 행위별로 진료비를 지불하도록 돼 있는 행위별 수가제도가 불필요한 검사 등 과잉진료를 일으킨다는 지적에 따라 2002년부터 원하는 의료기관에 한해 선택적으로 도입돼왔다. 맹장·탈장·치질·백내장·편도·제왕절개·자궁제거 등 7가지 수술에 대해 오는 7월부터 병·의원급에, 내년 7월부터는 종합병원급 이상의 전체 의료기관에 의무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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