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가 뜬다]블루오션 ‘달리는 IT’시장을 잡아라

입력 2012-05-21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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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변속기 등 200여 반도체 장착…현대·삼성·SK 등 대기업 경쟁 치열

차량용 반도체 시장을 둘러싼 대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정몽구 회장이 이끄는 현대차그룹은 차량용 반도체 전문기업 현대오트론을 출범시켰고,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자동차용 반도체에 대한 관심을 보이며 폭스바겐 등 굴지의 자동차 업체 CEO들과 만나고 있다. 이들 모두 10년 후를 내다본 차세대 사업 중 하나로 차량용 반도체를 점찍은 것이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이 자동차와 전자업계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면서 주요 기업들이 사업강화에 나서고 있다. SK그룹에 올해 인수된 SK하이닉스도 세계 2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 차량용 반도체 제품을 핵심 분야로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차량용 반도체 경쟁 치열= 포문은 현대차가 열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16일 현대오트론의 사명 등기를 완료하고 차량용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었다. 얼마 전 현대오트론의 공채에는 무려 1만여명이 몰리며 그 인기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경력직의 경우 삼성전자, LG전자 출신 등 3000여명이 지원했다. 핵심인력 이동과 정보 유출을 우려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연구인력을 동의 없이 채용해 영업기밀이 유출될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을 정도다.

현대차의 공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기존 반도체 업계 강자도 차량용 반도체에 대해 고삐를 바짝 조이고 있다.

차량용 배터리와 모터 경량화소재 등을 생산해 온 삼성은 3~4년 전 부터 차량용 반도체 사업을 시작했다. 지금 당장 큰 비중을 차지하진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차량용 반도체 부문을 크게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능형 배터리 센서, 주차지원 SoC, 스마트 키용 SoC 등의 개발은 완료했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반도체 중 두뇌 역할을 하는 마이크로컨트롤러도 개발을 마치고 위국 자동차회사와 공급 계약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을 등에 업은 SK하이닉스도 차량용 반도체 연구개발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자동차에만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메모리 제품을 자동차 회사와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며 “차량용 반도체 제품을 앞으로 핵심 분야로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뿐만 아니라 지금 갖고 있는 메모리 제품을 업그레이드 해서 자동차에 적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자동차 회사와 논의중”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업체 뿐 아니라 외국 업체도 차량용 반도체에 대한 관심이 높다.

특히 전체 반도체 업계에서 인텔, 삼성전자에 이어 3위인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는 올해 차량용 반도체에 최대 역점을 둔다는 계획이다.

현재 TI 전체 매출 중 차량용 반도체 비중은 8% 정도다. TI는 차량용 반도체 매출 비중을 3년내 30%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TI의 한국 지사인 TI코리아는 오는 2015년까지 15%로 늘릴 계획이다. 또 10명 이상의 인력을 투입해 차량용 반도체 전담 팀을 꾸리는 한편, 올해 100종 이상의 저전력 마이크로컨트롤러(MCU)를 출시할 예정이다.

TI코리아는 차량용 반도체 분야의 성공적인 진입을 위해 적극적인 마케팅과 광고 활동에도 돌입한다. 지난달에는 고객사를 직접 찾아가 TI 기술과 제품에 대해 설명하는 이른바 ‘테크데이’ 행사도 개최했다.

켄트 전 TI코리아 사장은 “경쟁력있는 제품을 개발하는 것은 기본이고, 기술 인력을 지금보다 2배 가량 늘려서 고객 지원에 부족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차량용 반도체, 각광받는 이유는= 자동차와 IT 기술이 접목되면서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자동차와 전자업계 모두에서 블루오션이 됐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가 2010년 179억달러(20조2000억원)에서 2015년에는 295억달러(34조원)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급 자동차엔 자동주차장치, 차선이탈방지장치 등 첨단기능뿐 아니라 엔진과 변속기, 브레이크 등에 약 200여개의 반도체가 들어간다.

이처럼 반도체와 자동차 분야의 역량을 갖춘 한국에게 매력적인 시장이지만 국내에선 차량용 반도체의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차량용 반도체의 수입 의존도는 98.4%(2009년 기준)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독일 인피니언 등에서 지난해 수입한 규모만 1조22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현대차, 삼성전자 등 국내 기업이 앞다퉈 차량용 반도체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수입 의존 비중이 줄어들 여지는 충분하다.

문제는 차량용 반도체의 경우, 다른 반도체와 달리 사람의 안전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관계로 까다로운 요구사항들이 많다는 것.

기존 가전용 반도체는 0~40도, 산업용 반도체는 -10~70도 정도의 정도의 온도에 견디면 된다. 반면 자동차용 반도체는 극한의 오지에서 달려야 하기 때문에 영하 40도에서 견디는 것은 물론, 달리는 타이어의 온도가 순식간에 100도 이상 올라가기 때문에 TPMS(타이어공기압자동감지시스템) 등은 100도 이상의 고온에도 견뎌야 한다. 자동차가 물에 빠지더라도 반도체가 작동해야 하기 때문에 0~100%의 습도에도 견뎌야 한다.

성능 수준이 이처럼 까다로운 만큼 고부가 제품에 속한다. 기업들이 차세대 먹거리로 주목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나 현대오트론이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외국 경쟁 기업이 수십년간 쌓은 노하우를 빠르게 흡수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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