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젊어진다]30대 주축 3·4세…현장 누비며 경영 수업

입력 2012-05-14 09:17수정 2012-05-1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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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오너家 후계자

40대의 오너 3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최근 행보가 바쁘다. 신사업을 챙기고 글로벌 기업 CEO와 만나며 실질적인 그룹의 대표 역할을 하고 있다. 두산그룹 오너 3세 가운데 5남인 박용만 두산 회장은 최근 그룹의 선장이 됐다. 50대지만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소통할 만큼 젊은 마인드다.

재계가 젊어지고 있다. 경영 일선에서 뛰고 있는 30~40대 오너 3세들이 있는가 하면, 경영수업을 착실히 받으며 비상을 준비하고 있는 3~4세들도 있다. 이들 젊은 오너 3~4세의 부상은 재계 임원들의 전반적인 연령대도 낮추고 있다. 젊은 오너와 호흡하기 위해서 역시 ‘젊음’이 필수 요건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들에 대해 창업세대의 기업가 정신과 2세 경영인의 도전정신 없이 손쉽게 자리에 올랐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이들의 젊은 감각과 패기, 직원들과의 밀착 소통 등은 어려움에 빠진 기업을 살리고 글로벌 시장 경쟁에서 승리하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

▲(왼쪽부터)설윤석 대한전선 사장,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 김동관 한화솔라원 기획실장, 구광모 LG전자 차장.
◇ 위기 탈출위해 직접 뛰는 젊은 3세= 설윤석 대한전선 사장(32)은 최근 술 마실 일이 잦아졌다. 32살의 젊은 나이지만 벌써부터 몸 걱정을 해야할 판이다. 오너 3세 사장이지만 비슷한 나이 또래의 사원급 직원들과 넉살좋게 술잔을 기울이면서 현장의 얘기를 듣는다. 위기에 빠진 대한전선을 구해내기 위한 그만의 ‘스킨십 경영’이다.

고 설원량 회장과 양귀애 명예회장의 장남인 설윤석 사장은 2004년 3월 부친이 세상을 떠나자 미국 유학 계획을 접고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스테인리스 사업부 마케팅팀 과장으로 대한전선에 입사 한 지 7년이 채 되지 않은 2010년 12월엔 재계 최연소(만29세) 부회장 직함을 달았다.

설 사장이 부회장 직함을 단 직후, 대한전선은 9분기 연속 적자 행진의 마침표를 찍었다. 물론 대한전선은 여전히 유동성 위기와 실적 불안에 떨고 있지만 설 사장을 중심으로 턴어라운드를 앞당길 것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그는 지난 2월 부회장에서 사장으로 직급을 낮췄다. 위기의 대한전선을 구해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기업의 실질적인 오너가 자신의 직급을 낮춘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 이었다.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38)도 현장경영을 통해 회사 정상화에 힘쓰고 있다.

박 부사장은 지난 1월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모터쇼를 참관했다. 이 자리에서 세계 자동차 시장의 흐름을 둘러보고 금호타이어 부스를 방문해 자사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2월에는 금호타이어의 새로운 주력 시장인 호주 출장길에 올라 현지의 마케팅 활동을 점검했다.

특히 지난해 초 노조 파업과 직장폐쇄, 중국 리콜 등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박 부사장은 트위터를 통해 직원들과 소통하며 사기를 진작시켜왔다.

박 부사장은 지난 2009년 회사의 워크아웃을 막기 위해 노력했으나 결국 실패의 쓴잔을 마셨다. 지난 2010년 개인투자자 설명회장에서는 “목숨 걸고 금호타이어를 살리겠다”고 다짐했던 그다. 박 부사장의 현장 경영과 진솔한 소통을 바탕으로 그룹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 아직은 경영 수업중=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38), 김동관 한화솔라원 기획실장(29), 구광모 LG전자 차장(35)’ 이들의 공통점은 아직 꽃을 피우진 않았지만 차기 대권을 위해 착실히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오너 2~3세라는 점이다.

지난 1월 있었던 정기인사에서 승진한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은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창업주)의 장남이다. 2005년부터 미국 워싱턴대 MBA, UC버클리 경영전문과정을 수료한 후 2009년 1월 동부제철에 입사했다.

김 부장의 첫 근무지는 당진공장이 위치한 아산만관리팀. 핵심 계열사 동부제철의 생산현장에서 대형 제조업의 경영 관리 노하우를 익히게 하려는 김준기 회장의 포석이었다. 그는 동부제철의 도쿄지사로 파견, 일본 현지에서 영업 및 수출업무 등 실무를 익혔다.

김 부장은 현재 기획, 인사, 영업 등 특정 업무에 국한하지 않고 여러 부서에서 업무 전반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광모 LG전자 차장은 이재용 사장, 정의선 부회장 등에 비하면 젊은 나이지만, LG가에서 자신의 입지를 착실히 다지고 있다.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 금융팀 대리로 입사한 구 차장은 2007년 휴직한 후 다시 유학길에 올랐다. 스탠퍼드대 MBA를 취득한 후 LG전자로 복직했다.

구 차장이 차장 직함을 단 것은 과장으로 승진한 지 4년 만인 지난 2011년. 오너가 자제 임에도 일반사원들과 마찬가지로 과장 근무 연한을 모두 채웠다. 1975년 과장으로 입사해 20년 동안 경영수업을 받은 부친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전철을 밟은 셈이다. 현재 구 차장은 LG전자 뉴저지법인에서 경영기획, 마케팅 등 다양한 업무영역을 몸소 익히고 있다.

김동관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은 김승연 회장의 후계자로 일찌감치 지목되며 글로벌 감각 익히기에 적극적이다.

김 실장은 김승연 회장과 함께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 참석했고, G20 비즈니스서밋 당시에는 직접 김승연 회장을 수행했다.

하버드 대학에 입학했던 것도 글로벌 인맥을 넓히기 위한 김승연 회장의 의견이 적극 반영됐다. 군복무도 해군에서 통역장교로 일하며 참모총장을 보좌, 세계 곳곳을 다녔다는 후문이다.

김동관 실장은 지난해 말 한화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한화솔라원에 배치되면서 경영능력을 검증 받는 중이다.

◇오너 4세, 우리도 있다= 재벌그룹 중 두산은 4세 경영이 가장 가까워졌다는 평이다. 3세 가운데 5남인 박용만 두산 회장이 그룹 회장 자리에 최근 올랐기 때문이다. 박용만 회장 이후에는 4세들에게 경영권이 넘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 4세 경영의 첫 주자는 장손인 박정원(50) 두산건설 회장이다. 고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회장의 장남인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현재 4세들 가운데 유일하게 회장 직함을 갖고 있고, 그룹의 상징성이 큰 두산 베어스 구단주를 맡고 있다.

향후 두산그룹의 4세 경영은 ‘형제 경영’ 전통에 따라 박정원-박지원-박진원 등의 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4세 경영인 중 허세홍 GS칼텍스 전무(44)도 최근 부각되고 있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아들인 허 전무는 1992부터 15년 동안 일본계·미국계 회사에서 근무한 후 2007년 GS칼텍스 싱가포르 현지법인 부법인장 상무로 입사했다. 2010년 말 국내 생산 현장으로 돌아온 그는 2011년부터 여수 현장에서 정유 시설 전반에 대해 배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2년 GS칼텍스 신입사원으로 있을 때 3개월 동안 주유원 생활을 하면서 세간의 이목을 끌었던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아들 허윤홍 GS건설 상무보(34)도 4세로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이 외에 허준홍 GS칼텍스 부장(38·허남각 삼양통상 명예회장의 아들), 허철홍 GS 과장(34·허정수 GS네오텍 회장의 아들), 허치홍 GS글로벌 사원(30·허진수 GS칼텍스 부회장의 아들) 등의 4세들도 미래를 설계하며 현장에서 업무를 익히고 있다.

이웅열 코오롱 회장의 장남 이규호 씨(28)도 4세 경영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지난해 군 복무를 마친 이 씨는 최근 MBA 과정을 밟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이씨는 이웅열 회장처럼 MBA과정을 마친 후 그룹에 입사할 예정이다. 이 회장이 55세로 아직 젊기 때문에 오랜 시간 체계적인 경영수업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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