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마트 “고유 권한인 상품 구성까지 간섭하고 있다” 반발
지난해 대형유통업체에 입점수수료 인하를 강요해 관철시켰던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번에는 백화점 등에 ‘중소기업 전용매장’까지 설치할 것을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8일 공정위와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달 25일 롯데·현대·신세계 등 백화점 3사와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에 ‘중소기업히트 500’ 상설 매장 운영을 요구하는 내용의 문건을 이메일로 발송했다.
공정위 기업협력국 가맹유통과가 보낸 메일에는 “중소기업유통센터에서 (공정위에) 중소기업히트 500의 백화점 내 상설 매장을 요청해왔다”며 “매장 설치 여부를 답변해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대해 유통업체들이 답변을 주저하자 공정위는 9일 유통업체 부사장들을 불러 간담회 형식으로 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공정위가 이번에 입점을 요구한 중소기업 제품은 생활용품, 미용기구, 화장품, 소형가전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진흥공단 산하 중소기업유통센터는 연초부터 단독으로 추진해온 중기 전용매장 입점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자 공정위에 도움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유통업체들은 공정위의 월권행위 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공정위가 동반성장이라는 명목으로 유통업체의 고유 권한인 상품 구성까지 간섭하고 있다는 것.
한 백화점 관계자는 “공정위가 판매수수료를 조사해 제재하겠다고 하는 상황에서 중기제품 상설 판매관 개설을 검토해달라고 하면 압력을 느끼지 않을 업체가 어디 있겠느냐”며 “이는 매장 상품 구성까지 간섭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마트 관계자는 “상설 매장 설치 요구는 백화점 입점을 위해 경쟁력 있는 상품을 개발하려고 애쓰는 중소기업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면서 “현재 공정위와 동반성장 협약을 맺고 있는 백화점·마트들은 이미 자체적으로 중기 제품을 발굴해 입점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동반성장 차원에서 우수 중소기업 제품을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는 것이지, 매장을 강요한 게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