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도 산업이다, 언제까지 외면만 할 수 없다” vs “의료 양극화, 공공의료체계 붕괴만 초래할 뿐이다”
올해로 영리병원 도입 문제가 거론된지도 만 10년이 됐다. 오는 6월부터 국내에도 외국 영리병원 설립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그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이를 둘러싼 정부와 시민단체 간 이견 대립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리병원 허용을 둘러싼 논란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12월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의료기관 설립을 골자로 한‘경제자유구역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이하 경자법)’이 제정됐지만 시민단체들은 큰 우려를 나타냈다. 투자개방병원이 내국인을 진료하고, 외국 병원시스템을 그대로 들여올 경우 국내 건강보험제도나 의료 행태에 미치는 악영향이 만만치 않다는 게 이유였다.
이에 따라 개정안은 오랜 진통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수차례 손질도 이뤄졌다. 실제 2002년 경자법 제정 당시 ‘외국인전용 의료기관’이라는 명칭이 2005년 내국인 진료도 가능케 하는‘의료기관’으로 변경됐다가 2007년 다시 외국인만 허용하는‘외국의료기관’으로 재변경됐다. 외국인의 최소 투자 자본금 규모도 법 제정 6년만인 2008년에서야 ‘외국인 투자 비율 50% 이상’으로 정해졌다.
이같은 우여곡절 끝에 외국 영리법원 설립의 법적 절차가 마무리되었지만 아직도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초기 외국인 전용 의료기관 설립만 허용했던 경자법이 내국인 진료, 국내자본 투자, 내국인 의사 고용(90%까지)이 가능하도록 성격이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한국에 영리병원을 도입할 수 있게 만드는 법이 됐다는 의미다. 시민단체는 바로 이점을 지적한다.
이들은 우리나라에 영리병원이 세워질 경우 의료양극화와 공공의료체계 붕괴를 가장 우려한다. 의료기관이 상업화되면 의료비 증가는 불보듯 뻔하며 결국 의료 빈부 격차를 벌여 의료양극화를 초래하게 될 것이란 주장이다. 돈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민간보험이 활성화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현재의 국민건강보험 체계가 흔들리게 돼 돈없는 서민들은 점차 의료서비스의 사각지대에 빠지게 될 것이라 경고한다.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영리병원의 목적은 이윤창출이다. 영리병원은 더 많은 이윤을 남기기 위해 환자들에게 비싼 의료비를 강요하고 비용을 줄이기 위해 비정규직을 쓰는 등 의료서비스 질을 떨어뜨린다”며 “더 큰 문제는 외국의료기관은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국민건강보험이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부 등 찬성 쪽은 ‘의료도 산업’이라는 논리를 앞세운다. 의료산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의료 관광객 유치 효과 등이 그 근거다. 싱가포르가 해외환자 유치로 연간 1조원 이상의 국부를 창출하는 것처럼 영리병원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고 큰돈을 들여 외국으로 의료관광을 떠나는 일부 부유층도 국내에서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두채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관련 공청회에서 “영리병원이 확산된다고 해서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한 보건의료체계가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의료법에 의해 기초적인 의료보장은 가능하며 영리병원의 제한적 허용을 통해 의료산업 자본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병원업계 한 관계자도 “삶의 질에 대한 니즈가 커지면서 보다 질높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비급여 진료 시장에 대한 수요가 점점 늘고 있다”면서 “영리병원의 도입은 의료서비스의 질적 경쟁을 통해 비보험 시장 수가가 낮아져 결국 국민 의료비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