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 원유시장 표준 자리 휘청…거래 규모 브렌트유에 밀려

입력 2012-04-23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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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원유시장의 표준인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의 자리가 위태롭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WTI는 그동안 세계 최대 거래 규모를 자랑했지만 4월에는 런던 ICE선물시장의 북해산 브렌트유 규모를 밑돌았다.

일각에서는 원유 가격 지표를 WTI에서 브렌트유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고 있다.

시장에서는 브렌트유 가격 상승이 아시아의 수입 원유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 20일까지 WTI 거래 규모는 총 768만건(건당 1000배럴)에 그쳤다.

반면 북해산 브렌트유는 791만건으로 WTI 거래 규모를 넘어섰다.

WTI가 거래 규모에서 브렌트유를 밑돈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

4월 하루 평균에서도 WTI는 59만건으로 60만건이 넘는 브렌트에 못 미쳤다.

미국에서는 최근 몇 년 새 셰일오일 등 새로운 원유 생산이 증가하는 한편 정부가 안전보장상의 이유로 수출을 제한하면서 재고 증가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WTI 가격은 국제적 수급난이 아닌 미국의 수급난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현재 브렌트유는 이란의 핵개발 문제 등의 여파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WTI는 미국의 재고 증가로 비교적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난 20일 브렌트유는 배럴당 118.76달러로 WTI의 103.05달러보다 16달러 가량 높았다.

브렌트는 장기 계약을 조건으로 하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산 원유와 달리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국제 수급 상황이 가격에 쉽게 반영된다.

브렌트유는 러시아나 아프리카산 원유의 지표로 활용되며 유럽에 인접한 중동이나 북아프리카 동향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리비아 내전과 이란 핵 의혹이 깊어졌을 때도 브렌트가 WTI보다 먼저 올랐다.

아시아 수입 원유의 기준인 중동산 두바이유는 브렌트유의 영향력 확대에 따라 브렌트유에 연동되기 쉬운 상태다.

두바이유 가격은 23일 오전 배럴당 115.7달러로 작년 10월 바닥을 친 후 20% 가량 올랐다.

브렌트유 강세가 아시아의 원유 수입 가격을 높여 휘발유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브렌트유의 영향력 확대에 따라 가격 지표를 변경하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브라질, 콜롬비아 등 산유국은 수출 가격 지표를 WTI에서 브렌트유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올해부터 상품 지수인 ‘다우존스-UBS상품인덱스’에서 WTI 비율을 14.71%에서 9.69%로 낮추고 브렌트유를 5.65% 추가했다.

WTI는 1983년 뉴욕상업거래소에 상장, 1980년대 후반부터 세계 원유 가격의 지표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브렌트유가 우위에 있는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며 향후 브렌트유가 세계 지표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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