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인사이드]재정부 출신 국회 입성, 우군일까 적군일까

입력 2012-04-17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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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여의도 진출‘기대반 우려반’

기획재정부 출신 실력자들이 이번 19대 국회 입성에 대거 성공했다. 이 때문에 기획재정부 소속 공무원들은 벌써부터 험난해질 국정감사에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어디에 어떤 자료가 있는지 속속들이 아는 이들이 온갖 자료를 요구해 문제 제기를 할 것이라며 벌써부터 긴장하는 분위기다.

또 복지포퓰리즘 對 재정 건전성이 정치권 최대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들이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기대하기도 했다.

이 밖에 정책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재정 분야 관료들을 향한 정치권의 ‘러브콜’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관가의 입방아에 가장 자주 오르내렸던 재정부 출신 당선자는 단연 유성걸(54세) 전 재정부 2차관이다. 그는 올 1월 재정부 2차관직에서 퇴임한 후 3달여 만에 4월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대구 동구갑에 당선돼 정치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관가에서는 정부 관료가 공백 기간 없이 바로 당선된 경우는 전후무후하다며 “유 전 차관은 관운(官運)을 타고났다”라고 평했다.

▲기획재정부 출신 인사들이 이번 총선에서 다수 당선되자 소속 공무원 사이에서는 기대와 함께 험난한 국정감사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각각 3선과 재선에 성공한 민주통합당 김진표·이용섭 의원과 지난 1월 재정부 2차관 퇴임 후 곧바로 국회에 입성한 새누리당 유성걸 당선자.
심지어 그의 정치데뷔가 급박하게 이뤄지다 보니 후보 등록 과정에서 웃지 못 할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는 관직생활 마지막까지 사용했던 성(性)인 ‘류’를 어쩔 수 없이 ‘유’로 바꿔 입후보했다.

현 선거법상 가족관계증명서에 등록된 이름으로 입후보 해야 하는데 해당 증명서에는 이름이 류성걸이 아닌 유성걸로 돼 있기 때문이다. 은퇴 후 바로 정계로 뛰어들다보니 보니 미처 법적인 이름 변경절차를 밟지 못한 것이다.

이 때문에 평소 그를 알던 지인들이 유 후보자를 다른 사람으로 순간 착각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 재정부 유 전 차관 당선에 바짝 긴장 = 재정부는 유 전 차관의 당선에 기대와 ‘우려’가 반반 섞인 반응이었다. 재정부 직원들은 “일에 대한 능력과 열정이 남달라 잘 할 것”이라고 응원하면서도 재정부 사정을 훤히 아는 그가 시어머니 역할을 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와 함께 일했던 한 재정부 직원은 “수치 하나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는 완벽주의 성격으로 함께 일할 때 힘들었다”며 “앞으로 국회의원으로서는 더 심할 것 아니냐”며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이 같은 꼼꼼한 성격 때문일까. 현직에 있을 때 능력을 인정 받아 이명박정부 예산 관련 업무를 실질적으로 도맡았으며 차관 시절엔 2013년 균형재정 목표를 세우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새누리당이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대구에 ‘꽂아주기’식 공천을 받은 것도 이런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새누리당은 재정부 출신 선임 국회의원들 처럼 그가 국회 예산결산위원회나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도록 염두해 두고 있으며 유 전 차관 또한 이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19대 국회 예산통(通) 3인방의 활약 주목 = 유 전 차관 외에도 경상북도 안동에서 재선에 성공한 김광림(63세) 의원도 재정부 출신으로 주목을 끌었다. 행정고시 14회로 공직에 입문해 예산총괄과장, 기획예산처 재정기획국장, 재정경제부 차관을 지낸 화려한 경력의 그는 퇴임 후 교육계와 정치계에서 경력을 쌓아 소위 ‘관료물’을 빼고 국회의원 활동을 시작했다. 단박에 당선된 유 전 차관과는 조금 다르다.

특히 김 의원이 이번에 무려 82.5%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한 것은 재정부 출신 ‘예산통’이었던 점이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평이다. 심지어 18대 국회에서 지역구 예산을 많이 챙겨 ‘예산신(神)’이라고까지 불렸다는 후문이다. 김 의원의 활약이 후배인 유 전 차관의 이번 공천과 당선에 유리하게 영향을 미쳤다고도 해석해 볼 수 있다.

통합민주당도 이에 질세라 당의 텃밭인 광주광역시 남구에 예산통 장병완(59세) 의원을 공천했으며 그도 마찬가지로 67.8%의 높은 득표율로 상대 후보를 크게 앞질러 재선됐다. 행시 17회인 그는 경제기획원 출신으로 참여정부 시절에는 기획예산처에서 장관을 지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예산통들이 19대 국회에서 어떤 대결을 펼칠지도 기대를 모으는 대목이다.

◇정치권서 재정부 출신 인기 왜? = 그렇다면 이들 예산통들이 정치권에서의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 의원실은 재정부 예산 전문가들이 정치권에서 성공적인 입지를 쌓아가는 것에 대해 “예산을 모르는 의원은 지역 예산 확보를 위해 ‘떼쓰기’ 밖에 할 수 없지만 재정부 출신이다보면 예산을 어떻게 확보하고 국비 지원을 어떻게 받는 등의 조건을 잘 알아 유리하다”라고 설명했다. 재정부 출신들이 정치인이 되면 자꾸 예산을 따오니 꾸준하게 인기를 끌게 된다는 것.

재정부 출신 조세정책 전문가들이 재선, 삼선에 성공하는 것도 이 같은 전문성의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조세정책을 책임졌던 세제실장 출신인 김진표(64세) 민주통합당 의원은 경기 수원시정에서 3선에 성공,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김 의원은 국세청, 재무부 세제총괄심의관, 국세심판소 상임심판관, 재정경제원 세제실장 등을 거쳐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까지 지냈다.

마찬가지로 이용섭(60세) 민주통합당 의원도 광주 광산구을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재정경제부 세제총괄심의관, 세제실장, 국세청장, 행정자치부 장관, 건설교통부 장관을 두루 거쳤다. 18대 국회에서 핵심 쟁점이라고 할 수 있는 법인세·소득세 인하와 관련해 감세정책의 속도를 늦추고 연소득 3억 이상 부자들에 대한 소득세율 인상을 이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처럼 재정부 출신들이 인기를 끄는 것은 사회가 발전하면서 전문성을 갖춘 인물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졌고 테크노크라트(technocrat,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로 사회나 조식의 의사결정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술관료)라 할 수 재정부 출신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관가에서는 재정부 고위 관료들 중 앞으로 또 누가 정치권으로 행보를 이어갈지 주시하고 있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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