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IT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전쟁이 지난 15일로 꼭 1년을 맞았다. 지난해 4월 15일 애플이 삼성전자 갤럭시S 등을 상대로 미국에서 특허 침해소송을 제기하며 시작된 전쟁은 1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 9개국 13개 법원으로 확대됐다.
당시 IT업계에서 흔히 있는 특허분쟁 정도로만 여겨졌던 것은 오판이었다. 한쪽이 소송을 내면 다른 쪽이 맞소송을 내고, 가처분소송이 실패하면 본안소송으로 이어지는 등 확대일로다. 아이폰4S, 갤럭시탭 10.1 등 양사의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소송을 통해 기선제압에 나섰다. 쟁점이 되는 특허 기술도 다양화됐다.
업계에서 이들의 특허전이 사실상 전세계 IT·모바일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전쟁이라고 평가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양사는 특허전을 위해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허비하고 있지만 어느 쪽도 승리하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패자도 승자도 없는 소모전의 양상이 됐다.
뿐만 아니라 "기존 보유기술을 무기로 상대방의 발목만 잡으려 한다"는 글로벌 IT업계 내 비난여론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물론 양 사가 특허전을 통해 잃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삼성전자는 애플과 싸움을 통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존재감’이 급부상했다.
각종 특허 공세에도 튼튼한 기업이란 이미지가 형성되고 있고, 삼성과 애플이라는 세기의 라이벌 구도를 완성해주고 있는 것도 다름아닌 특허전이다. 애플이 소송전을 시작한 목적과는 상반되는 양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서 위협적인 경쟁자로 떠오르자 특허를 통해 기세를 누르려 했지만 오히려 삼성의 인지도만 높아지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특허전을 통해 얻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서 지난해 애플을 제치고 사상 처음 1위에 올랐다. 지난 1분기에는 노키아마저 제치고 사상 최초로 전체 휴대폰 시장 1위 자리를 함께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기업 전체의 브랜드 가치도 올라갔다. 삼성은 이번 애플과의 특허전 이후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그룹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2011년 글로벌 100대 브랜드 조사에서 브랜드 가치가 234억 3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40억 달러 이상을 끌어 올렸다.
높아진 브랜드 위상 이외에도 삼성전자는 이번 특허전으로 인해 보유하고 있던 광범위한 특허 기술력을 과시할 수 있게 됐다. 향후 스마트 디바이스 시장의 파트너를 확장할 기회를 맞았다는 의미다.
글로벌 IT업계는 양사가 결국 크로스라이선스를 통한 협상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애플은 최대 경쟁자임과 동시에 최대 파트너다. 삼성전자가 애플에게 프로세서와 메모리 등을 공급하는 최대 부품협력업체이기 때문이다. 애플은 최근 출시한 뉴아이패드의 패널 초도 물량 대부분을 삼성전자에서 구입하기도 했다.
결국 한 쪽을 파국으로 몰아 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