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안전장비의 모든 것
흔히 엔진을 자동차의 심장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자동차의 심장은 브레이크다”며 입을 모은다. 그만큼 자동차에 있어서 안전장비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중요한 장비다.
첨단 안전장비의 시작은 1950년대 스피드 경쟁에서 비롯됐다. 다른 회사를 앞서기 위해선 더 빠른 차를 만들어야 했다. 유럽을 중심으로 인기를 끈 ‘자동차 경주’는 속도 경쟁을 부추겼다. 차들의 평균 속도가 빨라졌고 고성능 차들이 속속 등장했다. 반면 자동차의 안전은 도외시됐다.
본격적인 안전기술의 발달은 1960년대 들어서면서 부터다. 고성능 고급차가 인기를 끌면서 사람들은 더 좋은 성능과 함께 더 안전한 차를 갈망했다. 고급차 메이커를 중심으로 안전벨트가 만들어졌고 에어백이 개발됐다. 생명과 직결된 안전기술이 빠르게 발달한 시점이었다.
21세기 자동차 안전장비는 ‘사고 순간’을 기점으로 크게 2가지로 분류된다. 사고를 미리 예방하는 사전 안전장비, 그리고 사고 후 운전자와 승객의 부상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사후 안전장비다.
이 모든 안전장비의 목적은 운전자와 탑승자들의 목숨을 구하는 일이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숨가쁘게 돌아가는, 겹겹이 쌓여있는 자동차 안전장비의 속내를 알아보자.
철판이 S자 모양으로 찌그러지는 차는 충격도 흡수한다. 그래야 안에 탄 탑승자의 피해가 덜하기 때문이다.
ABS가 달린 브레이크는 대표적인 사전 안전장비다. 이제 보편화가 아니라 차종별로 의무화되기도 했다.
일반 브레이크는 고속으로 달리다 급제동하면 타이어가 그 자리에서 멈춰버린다. 그러나 달려오던 관성의 힘은 이 타이어가 바닥을 붙잡고 있는 접지력을 이긴다. 타이어가 멈춘 상태로 차는 괴성을 지르며 앞으로 한없이 밀려나고 만다. 제동거리가 길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반면 ABS 브레이크는 자동차의 타이어가 잠기는 것을 막는다. 1초에 수십번씩 브레이크의 잠김과 풀림을 반복한다. 동시에 핸들을 돌리면 조향도 가능하다. 갑자기 뛰어든 장애물을 피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셈이다. 물론 미끄러짐을 막는 덕에 눈길에서도 효과가 있다.
TCS는 트랙션(접지력) 콘트롤 시스템이다. 이름 그대로 바퀴가 헛도는 것을 막는다. 달리던 차의 타이어가 헛돈다는 것은 위험상황이다. 네 개의 바퀴가 일정한 접지력을 지녔을 때 차는 가장 안정적이다.
TCS는 어느 한쪽 바퀴가 헛돌면 해당 바퀴에만 브레이크를 잡는다. 동시에 네 바퀴의 속도를 일정하게 맞춘다. 앞서 소개한 ABS를 이용한 장비다.
TCS를 이용한 주행안정장치 ESP(Electric Stability Program)도 유용하다. 단순히 바퀴의 헛도는 현상을 막는 차원을 넘는다. ESP는 차가 미끄러지기 시작하면 재빨리 운전자의 의도와 차 상태를 측정한다. 그리고 곧바로 헛돌거나 미끄러지기 시작한 바퀴에 제동을 걸어준다.
이 상황에서 운전자가 급하게 핸들을 돌리면 더 위험해진다. ESP는 이를 막기위해 핸들도 묵직하게 잠근다. 안전을 위해 연료를 차단하고 엔진 출력도 스스로 줄여버린다.
물론 단점도 있다. 눈길에서 출발할 때 바퀴가 헛돌면 차는 이 상황을 위험이라고 판단한다. 그리고선 즉각 연료를 차단해 엔진출력을 줄여버린다. 제 아무리 가속페달을 밟아도 엔진 회전수는 오르지 않는다. 때로는 운전자의 애간장을 태우기도 한다. 여기까지가 일반화돼 있는 안전장비다.
네 개의 타이어 공기압도 스스로 체크한다. 어느 한쪽에 공기압이 적으면 해당 바퀴의 하중이 커진다. 그만큼 한쪽 타이어에 피로가 쌓인다. 이는 곧 타이어 파열로 연결될 우려가 있다. 공기압 모니터 시스템은 바람이 빠지는 것까지 경고해준다.
전세계 모든 메이커가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는다. 이 가운데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안전에 대해 유별난 메이커다. ABS와 에어백을 처음으로 개발한 회사이기도 하다.
최근 벤츠는 모든 안전장비를 통합해 하나로 묶었다. 예를 들어 사고 위험이 감지되면 열어놨던 창문을 스스로 닫는다. 행여 충돌로 인해 운전자가 차 밖으로 튀어나가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다.
안전벨트도 순간적으로 팽팽하게 당겨 운전자 몸을 확 잡아끌기도 한다. 다양한 방식의 안전장비를 유기적으로 작동해 사고 직전까지 운전자를 보호한다.
대표적인 장비가 에어백이다. 에어백은 운전자와 승객이 실내 고정물과 충돌하며 생기는 상해를 줄이는 장비다. 이름 그대로 충돌이 감지하는 찰라, 가죽풍선을 부풀려 충격을 줄인다. 풍선 안에는 질소와 나트륨 화합물이 들어있다.
가장 먼저 운전석에 달리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조수석에도 에어백이 장착된다. 에어백의 효용성이 크게 알려지면서 옆구리와 머리를 보호하는 사이드 에어백도 널리 퍼졌다. 고급차는 무릎을 보호하기 위해 무릎 에어백을 추가하기도 한다.
후방 추돌 때 생기는 부상도 막아낸다. 뒤쪽에서 추돌 당했을 때 운전자의 목은 순간적으로 뒤로 꺾인다. 뒤차에 들이받혔을 때 운전자가 목을 붙잡고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다.
2009년 미국 도로교통안전국 NHTSA 조사결과에 따르면 미국에 에어백이 처음 소개된 이후 약 20년 동안 2만8244대 탑승자가 목숨을 건졌다. 에어백은 그만큼 유용한 장비다.
최근에 등장한 액티브 헤드레스트는 후방출동때 도움이 된다. 추돌과 동시에 헤드레스트가 솟구친다. 눈 깜짝할 사이에 솟아올라 운전자의 목꺾임을 보호한다.
최근 통신장비의 발달로 사고 이후 신고와 위치전송까지 척척 해낸다.
만일의 사고로 운전자가 의식을 잃었을 경우를 대비한 장비다. 차의 충돌 또는 에어백 터짐을 감지하면 차는 그 순간부터 구조대를 부른다. 사고 위치와 상황을 신고하는 장비다.
이렇듯 자동차 기술이 발달하면서 안전장비 역시 놀라울만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차의 성능이 향상되고 도로를 비롯한 주행환경도 발달했다. 그만큼 사고의 위험이 높아졌고 사고 때 부상정도 역시 커졌다. 지금 이 순간에도 완성차 메이커는 다양한 안전장비를 개발하기 위해 밤잠을 줄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