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제약사 R&D중심 별도 법인 설립…제약협회 67년만에 두동강 위기

입력 2012-04-12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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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67년 창립 이래 국내 제약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해 온 한국제약협회가 대-중소형 제약사간의 갈등으로 두 동강 날 위기에 처했다. 상위 제약사들이 연구개발(R&D) 중심의 새로운 법인체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1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상위 8곳의 상위제약사 최고경영자(CEO)들은 회동을 갖고 R&D 중심의 모임체인 가칭‘제약산업미래혁신포럼’을 꾸리기로 했다. 새로운 모임에 참여하게 될 제약사는 동아제약, 대웅제약, 녹십자, 유한양행, 한미약품, 종근당, JW중외제약, 명인제약 등 8개사다. 이들 제약사는 향후 회원사를 30개까지 늘려 이르면 내달 초 새로운 사단법인을 설립한다는 목표다.

이는 다음달 정부가 선정해 발표 예정인 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한 준비 작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현재의 제약협회 분열 상황에서는 정부와 신약개발 관련 협의를 원만하게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새 법인체엔 연구개발능력을 갖춘 제약사들이 참여하는 만큼 혁신형 제약기업들이 중심이 된 조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포럼 관계자는 “신약개발 등과 관련해 발전적 논의를 하기 위해 조직한 포럼의 형태일 뿐”이라며 ‘제 2의 제약협회 결성’이라는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상위제약사들이 중소제약사 중심의 제약협회와 차별화를 꾀하는 동시에 결별 수순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우세하다. 전임 집행부인 상위제약사들이 중소제약사 중심의 현 이사장 체제에 반발해 협회 회무 참여와 회비납부 등을 거부하는 등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어서다.

상위제약사 중심의 새로운 협회가 만들어질 경우 제약협회는 67년 역사 이래 처음으로 두 단체로 쪼개질 것으로 점쳐진다. 제약협회 전임 집행부인 이들 8곳 제약사 CEO들은 회원사 자격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이지만 무게 중심은 새 협회로 옮겨질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회무 참여 등 기본적인 역할마저 내려놓은 터라 사실상 발을 뺀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국내 제약업계 전체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이들 제약사가 빠진 제약협회는 원활한 운영이 어려워져 유명무실하게 될 것”이라 내다봤다.

이같은 상위제약사들의 이탈 움직임에 현 윤석근 이사장 체제 하의 집행부 구성은 더욱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윤 이사장은 이사회에 부이사장 선출권을 위임, 19개사를 추천받아 5일까지 이들로부터 (부이사장) 수락 여부를 통보받기로 했지만 한 곳도 동참한 곳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협회가 분열 사태를 수습하고 정상화될지 아니면 영원히 협회가 둘로 쪼개질지 업계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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