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급진적 정책, 이정희 여론조작 등 악재 실패 원인
통합진보당이 숙원이던 원내교섭단체(20석)구성을 결국 이루지 못했다.
4·11총선 성적표를 받아든 통진당의 속내는 복잡해보였다. 의석수로 보면 비례대표(6석)를 포함해 총 13석을 확보했으나, 진보정당 최초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통해 민주통합당과 ‘여소야대’ 국회를 만들려던 계획은 실패했기 때문이다.
한때 교섭단체를 노렸던 통진당의 실패엔 이정희 공동대표의 여론조작과 ‘막말’로 물의를 빚은 김용민 민주당 후보 지지가 악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김 후보를 지지했었다. 여기에 통진당의 지지층인 2030세대의 투표율이 당의 기대보다 높지 않았던 것도 실패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좌파적 색깔이 강한 급진적 정책을 앞세운 것도 패배의 원인으로 꼽힌다. 한미 FTA (자유무역협정) 폐기나 제주해군기지 건설 반대,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앞세운 것이 독이 됐다는 평가다.
그러나 당 간판급 후보들이 살아남아 정치적 도약대를 만들었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난 2004년 17대 총선에서 통진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이 10석을 얻은 이후 최다 의석인 쾌거다.
지역구에선 이 대표 대타로 나선 이상규(서울 관악을) 후보와 노회찬(서울 노원병), 김미희 (경기 성남중원), 심상정(경기 덕양갑), 오병윤 후보(광주 서구을), 강동원(전북 남원·순창), 국회 최루탄 파동을 일으킨 김선동(전남 순천·곡성) 후보 등 7명이 당선돼 19대 국회에서 캐스팅보트를 쥘 수 있을 정도의 존재감을 확보했다. 반면 서울 은평을의 천호선 후보와 경남 사천·남해·하동의 강기갑 후보는 패했다.
원내교섭단체 구성은 실패했지만 ‘여대야소’의 정국에서 통진당의 위상은 더욱 높아졌다는 평가다. 19대 국회에서 통진당이 민주당과 연대해 새누리당에 대항할 수 있게 된 만큼 한미 FTA 재검토나 재벌개혁 등 정책을 둘러싼 운신의 폭이 넓어질 것이란 얘기다.
일각에선 통진당이 다가오는 대선에서 독자적 후보를 내 야권단일화 등을 시도하며 정치적 입지를 구축할 것이란 말도 나온다. 비례대표 12번에 이름을 올렸던 유시민 공동대표는 국회에 입성하기 어려워졌지만 향후 당내 대선 경선 국면에서 활동할 가능성도 있다.